[행복 나눔] 장애인 고용 전문 기업 ‘하티웍스’… 8년간 700명 키워 180명 활동 중
회화 전문가 민간 자격증 발급해 외국인 직원-학생에게 교육 제공
온라인 플랫폼서 음성으로 강의
40개 파트너사와 재계약률 98%… 중국-미국 등 해외 진출 계획도
김현진 하티웍스 대표가 24일 서울 성동구 하티웍스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하티웍스는 시각장애인 한국어 강사를 양성하고 기업의 장애인 직접 고용을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하티웍스 제공
“시각장애인 10명 중 9명은 갑작스러운 사고, 지병 악화 등으로 후천적으로 시각장애를 갖게 된 ‘중도 실명’입니다. 시각장애인이 가진 역량을 발휘하며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김현진 하티웍스 대표(34)는 시각장애인을 한국어 강사로 육성해 기업 소속 외국인 직원, 외국인 학생에게 한국어 교육을 제공하는 장애인 고용 전문 사회적 기업 ‘하티웍스’를 2018년 설립했다. 올해까지 하티웍스가 양성한 장애인 강사는 누적 700명으로, 현재 약 180명이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24일 김 대표를 서울 성동구 하티웍스 사무실에서 만나 시각장애인 일자리 양성 전략을 들어봤다.
● ‘한국어 강사’ 양성해 시각장애인 영역 넓히기
김 대표는 “어린 시절 심한 아토피 피부염을 앓은 경험이 장애인들에 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목에 피부염이 심해 흉터 때문에 고개를 좌우로 돌릴 수 없을 정도였는데, 주변 사람들은 “넌 아파서 못 하겠다”는 말을 건넸다고 한다. 그는 “차별적인 시선을 겪었던 경험이 있어 대부분 안마사로 일하는 시각장애인들이 만족하며 할 수 있는 일을 더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하티웍스를 창업했다”고 말했다.
하티웍스는 시각장애인들을 교육해 한국어 회화 전문가 민간 자격증을 발급한다. 강사들을 양성하기 위해 하티웍스가 한국어 회화 전문가 민간 자격증 발급 기관 인증을 받았고, 12주간의 교육 과정을 거친 시각장애인 강사를 대상으로 자격증을 발급한다. 하티웍스 소속 강사들은 대부분 중도 실명으로 시각장애를 갖게 된 경우가 많아 교수, 대기업 회사원, 치과 의사 등 이력이 다양하다. 재택으로 일할 수 있고, 앞이 보이지 않아도 음성으로 학생들과 소통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하티웍스 소속 시각장애인 강사들이 가르치는 한국어 수업은 문법보다 말하기 위주다. 주로 외국인 학생들이나 한국 기업의 해외 지사에서 일하는 외국인 직원들이 대상이다. 쉬운 어휘로 구성된 짧은 문장 위주의 한국어를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특징이다.
강사로 활동하는 시각장애인들은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 중국 대표 모바일 메신저 위챗 등 온라인 플랫폼으로 수업을 진행하는데, 하티웍스는 이들이 사이트를 조작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사용법도 교육한다.
● “해외 한국어 강의 시장에도 진출 계획”
지난해 12월 진행된 하티웍스 대축제 ‘2024 더 그레이스 하티파티’에서 하티웍스 직원들과 시각장애인 강사들이 모여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하티웍스는 1년에 한 번씩 모든 직원과 강사가 모이는 하티웍스 대축제 행사를 진행한다. 하티웍스 제공
하티웍스의 사업 모델은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장애인 고용 의무가 있는 기업에도 이점이 있다. 기업이 장애인 인재를 채용하려 해도 직무 배치나 적응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려움 때문에 꺼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티웍스는 외국인 직원이 있어 한국어 강의 수요가 있는 기업에 시각장애인 강사를 연계해 주고, 이들의 직무 교육과 적응 등을 관리한다.
김 대표는 “해외 법인이 있거나 외국인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 한국 기업의 경우 한국어 말하기 수업 수요가 많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한국어 수업으로 외국인 직원의 의사소통을 돕고 장애인 직원 채용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티웍스는 지난해 기준 SK온, 그랜드하얏트, 포시즌스 등 40개 파트너사와 협력했다. 수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협력사 재계약률이 98%에 달한다. 김 대표는 “강사 중 한 명은 하티웍스에서 한국어 수업을 하다가 한국어 교육 관련 대학원에 진학했고, 다른 한 명은 중국인 학생들과의 소통을 더 잘하고 싶어 중국어를 전문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올해 4월에는 중국 칭다오에 해외법인을 설립해 한국어를 배우려는 중국인 학생을 상대로 한국어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이후 미국 등 해외 시장의 한국어 교육사업에 진출할 계획도 갖고 있다. 김 대표는 시각장애인 강사 양성 사업을 하던 과정에서 시각장애인의 웹 접근성에 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많은 일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시대에 시각장애인은 온라인으로 장을 보거나 쇼핑하는 것도 힘들다”며 “시각장애인의 웹 접근성 향상에도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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