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동대문구 국립산림과학원 내 사무실에서 만난 한국산림정책연구회. 가운데가 이경준 산림녹화유네스코기록유산등재추진위원장이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한국의 산림녹화기록물이 11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공식 등재됐다. 6·25전쟁 이후 국토를 복구하기 위해 민관이 함께 추진한 산림녹화 사업의 과정을 담은 공문서와 사진 등 9619건이다. 1992년부터 시작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은 세계적 영향력이 있는 인류의 주요 기록이 선정 대상이다. 한국이 반세기 만에 민둥산을 푸르게 바꾼 여정을 국제사회가 공식 인정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2023년 9월 촬영한 산림녹화유네스코기록유산등재추진위원회 회원들. 왼쪽부터 한문영 기록본부장, 이철수 사무국장, 이경준 위원장, 전진표 대외협력본부장.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최근 서울 동대문구 국립산림과학원 내 추진위 사무실에서 만난 이 위원장은 “추진위 회원 40명이 전국 산림조합과 지방자치단체 산림 부서를 7년 동안 다니며 수집한 1만여 건 중 9619건이 등재된 것”이라며 “산림녹화기록물은 단순한 기록이 아닌, 국토의 재건과 국민의 협력을 담은 감동의 서사”라고 강조했다.
1975년 국민식수기간 특별우표. 산림청 제공 이 위원장에 따르면 한국의 새마을운동 기록물이 2013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것을 계기로 정부 차원에서 산림녹화기록물 등재 추진을 검토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영구보존되는 조림(造林) 대장 등을 제외하고는 기록물이 자동 폐기됐거나 전국에 흩어져 있어 자료 수집이 쉽지 않았다.
1960년대 헐벗었던 서울 북한산 진관사 부근. 산림청 제공 이런 이유로 민간 추진위가 나서게 됐다. 이 위원장이 추진위를 이끌고 전진표 한국임우연합회장과 이철수 전 서부지방산림청장 등 퇴직 산림 공무원들이 자신들이 일했던 지역들을 다니면서 기록물을 모았다. 순전히 무보수 재능기부였다. 활동 비용은 산림청 연구용역비, 유한킴벌리와 한국양묘협회 등의 후원금을 받아 마련했다.
1958년 충북 청원군 남일면 산암리 산림계(임산물 생산 지역공동체) 조림 현장. 출처 산림조합 30년사
추진위는 발족 이듬해인 2017년 정부 기록물 위주로 유네스코 등재를 신청했다가 탈락해 이번이 ‘재수’ 도전이었다. 한 번의 실패를 교훈 삼아 산림조합중앙회의 말단 조직으로 마을마다 있는 산림계를 찾아다녔다. 산림계는 산림녹화 초기에 연료림(땔감에 쓰일 목재 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산림) 조성에 크게 기여했다. 그렇게 추가로 모은 1300여 개 산림녹화 기록물이 민간 기록물로 인정돼 온 국민이 합심한 숲가꾸기를 강조할 수 있었다. 유네스코는 한국의 대규모 사방사업과 화전 정리, 독특한 산림계의 기록이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희귀성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1960년대 강원 정선군에서 화전민들이 공무원 안내를 받아 도시로 이주하는 현장. 산림청 제공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산림녹화기록물은 올해 하반기 국립세종수목원에 문을 열 국토녹화기념관 수장고에 보관될 예정이다. 이 위원장은 “한국은 산업화와 산림녹화를 동시에 이뤄낸 자랑스러운 ‘K포레스트’를 개발도상국에 전하고, 지구온난화로 세계 산림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지구 살리기의 모범 케이스가 될 수 있다”며 “하루빨리 기록물 원본을 한데 모으고 디지털화해 세계인이 열람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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