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츠다 부장 “유명세 아직도 적응 안돼… 한일 교류 넓히는 영상 찍고파”[일본의 K유튜버]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28일 11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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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에서 초중고를 나오고 군대까지 다녀왔다. 이후 일본으로 돌아와 대학을 나왔고 직장도 일본에서 잡아 30년 가까이 일본에서 살고 있는 일본 국적자다. 하지만 그는 일본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유명하다.

오사카의 어스름한 퇴근길, 후미진 골목 노포를 찾아가 야끼도리(닭꼬치) 한점에 나마비루(생맥주) 한잔을 시원하기 들이키는 순간, 잠시나마 세상 부러운 게 없다. 미간을 한껏 찡그리며 마시는 그만의 ‘찡’한 첫 잔 매력에 유튜브 구독자가 100만 명을 넘은 지 오래다, 유튜브채널 ‘오사카에사는사람들’의 마츠다 아키히로 씨(52) 얘기다. 그런 시원한 첫 잔 그림을 어떻게 만들까.

유튜브채널 오사카에사는사람들의 마츠다 아키히로 씨(52)가 오사카의 사무실에 앉아있다. 그는 “일본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한일 관계를 친밀하게 하는데 도움을 주는 영상을 찍고 싶다”고 했다. 오사카=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퇴근 시간이 다가오고 한 오후 4시 정도가 되면 이때부터는 물도 안 먹어요. 시원한 첫 잔을 위해서요. 사실 저도 제가 어떤 표정을 짓는지 몰라요. 마실 때 왼쪽 눈을 감는지, 오른쪽 눈을 감는지도요. 그냥 워낙 술을 좋아하고, 음식을 좋아하니까 저도 모르게 그런 행복한 모습이 나오는 것 같네요.”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3월의 어느 오후 오사카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하이볼이라도 한잔 해야되는 거 아니냐”고 농을 건네기도 했다. ‘마츠다 부장’ ‘꽃중년’ 등으로 불리며 한일 관련 동영상 제작에 분주한 그를 만나 유튜브 제작 뒷얘기부터 한일 관계 문제까지 두루 들어봤다.

-어쩌다가 유튜브를 하게 됐나?
“사실 오사사채널 계정을 제가 만든 게 아니고 제 직원이 만든 거예요. 그리고 2018년 4월인가, 무슨 일본어 발음에 대해 얘기 해달라고 얘기해서 처음 출연을 했죠. 그런데 반응이 좋아 구독자 2만, 10만이 금방 되기는 했는데, 사실 저는 체질적으로 이게 너무 하기 싫은 거예요. 6개월 쉰 적도 있죠. 하지만 직원들이 ‘오래 안 하면 유튜브 수익구조가 무너진다’고 얘기해 계속 출연하긴 했죠. 그러다가 ‘회사원’이란 영상 시리즈가 크게 뜨면서 지금의 채널이 만들어진거죠.”

유튜브채널 오사카에사는사람들의 인기 영상인 ‘회사원’ 시리즈의 장면들. 유튜브채널 오사카에사는사람들 영상 캡쳐
-‘회사원’ 시리즈가 무척 화제였죠? 누적 조횟수 576만회를 기록한 것도 있던데.
“재작년 봄이었나요. 원래 술집 가는 영상을 찍기는 했었는데. 그날은 아무런 섭외 없이 ‘그냥 한번 가보자’라고 했어요, 아무런 계획 없이요. 그런 자연스러운 영상에 크게 공감을 해주셨어요. 특히 그때 코로나가 한국에서 확산될 때라 회식도 못하고, 다들 집에서 혼술을 하실 때였죠. 그런 암울한 시기에 ‘저 술집 너무 좋다’ ‘저런 회식 분위기 너무 좋다’ 이런 점들이 굉장히 많이 와 닿으셨던 것 같다요. 제가 그때 ‘대리비 줄테니까 다들 와서 한잔해’ 이런 말들을 했는데 당시 한국에선 듣기 어려운 말이었으니까요.”

-지금은 구독자 105만 명 채널의 운영자입니다. 뒤늦게 적성을 찾으신 건가요.
“사실 지금도 적응이 잘 안되요. ‘회사원’ 영상 올린 뒤 일주일에 막 10만 명씩 구독자가 갑자기 늘고 한 이후로 주변 상황이 많이 바꿨어요. 공항 가면 사진 찍어달라고, 사인해달라고 하는데 당시엔 해줄 사인도 없었죠. 어디 길거리도 잘 다니지 못하고, 어디 가서 술을 한잔을 해도 다 알아보시니까. 물론 그런 분들이 있어서 제가 유튜브를 제작할 수 있고 해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최근 채널과 관련된 논란도 있었죠. 누리꾼을 고소했다는 얘기도 있던데.
“채널과 관련해 부정확한 얘기들을 퍼뜨리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어떤 프레임을 씌워서 조직적으로 공격을 하는듯했기에 가만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 한국에서 사고 접수도 하고, 피해자 진술도 하고 왔죠. 제가 여러 말씀을 드리는 것은 또 오해를 빚을 수도 있어서. 진행 경과를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일본으로 다시 건너와 생활하신 지 30년이 돼가는데, 한국말이 여전히 유창한데.
“제가 한국에서 군대까지 다녀왔는데, 일본에서 오래 살았다고 한국어가 어눌해지면 그게 더 이상하다고 생각해요. 또 제가 일본으로 유학 왔던 아내를 만나 결혼을 했는데요. 집에서는 한국어를 쓰죠. 아내가 한국어가 더 편하다 보니까요.”

유튜브채널 오사카에사는사람들의 인기 영상인 ‘회사원’ 시리즈의 장면들. 유튜브채널 오사카에사는사람들 영상 캡쳐
-딸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인터넷 백과사전 같은데 그런 글이 있던데, 그런 정보가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어요. 사실 저는 자식이 없습니다. 결혼은 27살에 했는데 애가 안 생겼어요. 둘 다 별 이상은 없다는데, 의학적 도움을 받기까지는 싫었고, 언젠가 자연스럽게 생길 것으로 생각했죠. 지금은 강아지를 키우며 살고 있습니다.”

-한일 문제 관련 얘기를 여쭙고 싶습니다. 일본에서 태어났고 한국에서 초중고를 다니셨는데, 차별은 없었나요.
“아버지는 일본분이고 어머니는 한국분이예요. 사실 이중국적이란 개념이 비교적 최근에야 생긴 일이고 저는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으로 건너간 뒤에는 한국인으로 살았죠. 한국 국적이었고, 한국에서 교육받고, 한국인으로 생각하며 보통의 한국 학교를 다녔으니 차별은 없었죠.”

-일본인들의 대한 한국에 대한 인식은 어떤가요. 그간 변화를 느끼세요.
“한국의 K문화가 이미 전 세계적으로 퍼졌는데 당연히 일본의 한국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꿨죠. 사실 1세대가 욘사마(배용준)잖아요. 사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K문화의 유행이) 꺾인 적이 없고, 계속 올라오는 것 같아요.”

-일본인의 아주 옛날 인식과 비교하면 어떤가요.
“제가 일본에서 대학을 다닐 때, 기숙사에 살았는데 얘네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이 궁금해서 물어보니 대뜸 ‘한국에 자동차가 다니냐? 자전거하고 리어커만 있는 거 아니냐’고 말하더라고요. 그게 30년 전쯤 일이예요. 그때도 강남 테헤란로에 차가 막히고, 고층빌딩에 아파트가 있었는데 그런 것을 잘 모르는 보통의 일본 대학생들도 있었던 거죠. K문화가 정말 인식을 많이 바꿔놨습니다.”

마츠다 씨가 유튜브 실버버튼(10만 돌파), 골드버튼(100만 돌파) 버튼 앞에서 커피잔을 들고 있다. 카카오톡의 캐릭터 ‘라이언’이 그려져 있는 귀여운 잔이었다. 오사카=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오사사채널처럼 한일 양국 관계를 잇는 콘텐츠가 많아지면 양국 사이 이해의 폭도 넓어지지 않을까요.
“네 사실 한일 관계에 있어서 계속 이렇게 친밀감 있는 영상을 찍고 노출시키면 아무래도 양국 관계에 있어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 같은 사람말고도 일본에서 기업하시는 한국분들도 안보이는 곳에서 그런 긍정적인 역할을 많이들 하고 계십니다.”

-구독자 100만 명을 넘겼는데, 채널의 향후 목표는 무언가요.
“구독자가 많아지면서 좀 새로운 시도를 하면 ‘옛날 느낌이 안 난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죠. 그렇다고 맨날 술만 먹고 다닐 수도 없는 일 아닙니까. 매일매일 방향성 고민이 큽니다. 사실 음식에 대해 관심이 많아요. 어떤 요리인지. 어떻게 만들었는지, 또 요리사분과 얘기하는 것도 굉장히 좋아합니다. 그런 영상도 찍어 일본에 대한 이해를 돕고 싶고요. 일본에서 기업하시는 한국분들 얘기도 소개해 취업 준비생들에게 정보도 드리고 싶습니다.”

오사카에사는사람들의 제작진들. 마츠다 씨는 코로나 당시 부동산 관련 수입이 줄었을 때 직원들과 함께 김밥을 말아서 팔며 위기를 버텼다고 했다. 오사카=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공익재단법인 일한문화교류기금의 취재 지원을 받아 작성한 기사입니다.

오사카=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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