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드쿤 “日 MZ세대, 결혼·출산 기피 적은 듯…韓과 달라”[일본의 K유튜버]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4일 11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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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브레드쿤에 출연한 일본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경험이나 가치관을 솔직하게 말해서 지금의 일본 MZ 세대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유튜브채널 브레드쿤 영상 캡쳐
유튜브 브레드쿤에 출연한 일본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경험이나 가치관을 솔직하게 말해서 지금의 일본 MZ 세대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유튜브채널 브레드쿤 영상 캡쳐

‘곤니치와’ 정도의 간단한 일본어만 할 수 있었는데 덜컥 해외 영업 주재원이 돼 일본에 왔다. 하지만 일본이 좋아져서 주재 기간이 끝나자 아예 퇴사를 하고 일본에서 살며 활동하는 유튜버가 됐다. 특히 일본 친구들과 격이 없는 진솔한 대화를 통해 일본인들의 혼내(本音·속마음)를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는 것이 그의 채널 강점.

“일본 관련 유튜브 채널은 주로 먹방, 여행지 소개가 많죠. 저는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어요. 특히 유튜브에는 굉장히 자극적 소재들이 많은데, ‘평범한 일본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구나’하는 점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일본에서 시작한 유튜버 생활을 통해 일본인 친구도 많이 사궜고, 이제는 한 일본인 친구와 동업해 현지에서 부동산중개업에도 나섰다. 유튜브채널 브레드쿤을 통해 MZ 일본인들의 인식과 가치관 등을 소개하고 있는 MZ 세대 유튜버 김형식 씨(31) 얘기다. 도쿄 세타가야구의 UC JAPAN 부동산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유튜브채널 브레드쿤의 김형식 씨는 “평범한 일본인들의 생각을 가감 없이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일본어를 거의 모르는 상태로 일본에 와 이제는 일본어 교재까지 출판하게 된 것에 대해서는 “내가 실제 생활에서 자주 쓰는 문장과 단어부터 집중적으로 공부했다”고 했다.
유튜브채널 브레드쿤의 김형식 씨는 “평범한 일본인들의 생각을 가감 없이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일본어를 거의 모르는 상태로 일본에 와 이제는 일본어 교재까지 출판하게 된 것에 대해서는 “내가 실제 생활에서 자주 쓰는 문장과 단어부터 집중적으로 공부했다”고 했다.

-한국 회사의 주재원으로 일본에 왔다고 하셨는데, 원래 일본어를 잘하셨나요
“아니요. 저는 영어와 중국어는 좀 했지만 일본어는 거의 몰랐죠. 인사말 정도였어요. 일본에서 산 적도 없고 여행을 온 적이 있는 정도였죠. 그런데 한국 기업에서 해외 영업일을 하다가 일본 주재원이 필요하다고 해서 오게 됐습니다. 사실 미혼이었고 회사에서 제일 어리기도 했고, 해외 생활을 좋아해서 왔죠. 주재원 기간 3년을 마칠 때쯤 일본에서 계속 살면서,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후 취업 비자도 받고 계속 살게 됐습니다.”

-일본 생활이 마음에 들었나보죠.
“일본이란 나라도 매력적이었지만, 사실 제가 사업을 하고 싶었는데 일본쪽에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요. 제가 주재원으로 2017년 9월에 왔고, 그 1년 뒤부터 유튜브를 제작했는데, 일본인 친구들과 같이 즐기는 영상을 많이 올렸거든요. 한국에 돌아가면 이런 영상을 제작하기 힘드니 일본에 남게 됐습니다.”

-일본인에 대한 인식이나 가치관을 소개하는 영상이 많은데
“솔직히 7년 전 일본에 처음 왔을 때는 일본에 대해 좋은 이미지만 갖고 있는 건 아니었어요. 특히 주변의 한국 친구들이 ‘조심해라. 뒤통수 맞는다’ ‘앞과 뒤는 다르다더라’라며 일본 생활을 조심하라는 얘기를 많이 해줬죠. 그런데 실제 살아보니까 적어도 제가 느끼기에는 그런 점을 찾기 힘들어서, 한국인들이 일본인에 오해하는 점 등을 찍어서 소개하곤 합니다.”

-오해라면, 어떤 것을 예로 들 수 있을까요.
“이를테면 일본인은 ‘앞 뒤가 다르다’이란 말을 한국에선 자주 하는데 제가 보기에 일본인이 그러는 것은 어떤 사회생활을 하는 하나의 방식인 것 같아요. 이를테면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한 한 생활방식으로서 약간의 인사치레 같은 말과 행동을 하곤 하는 거죠. 그런 것을 나쁘게만 볼 것인가에 대해선 좀더 생각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또한 인간적으로 더 안으로 들어가면, 진짜 친한 사이에 됐을 때는 그런 앞뒤가 조금 다른 행동들도 적어지는 것 같습니다.”

-한일 관련 연애관, 결혼관 차이 얘기도 많이 다룬다. 그런데 주로 한국 남성과 일본 여성 사이에 주로 호감 분위기 있는 것 같던데
“사실 제 주변만 봐도 한일 커플이라고 하면 한국 남성과 일본 여성 관계가 대다수인 것 같아요. 그게 어쩌면 어떤 환상 때문이냐 아니면 진짜 서로 잘 맞는 것이냐에 대해서는 딱 잘라 말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이를테면 일본인 커플이 있을 때 남자가 여성에게 문을 열어준다는가 하는 일은 거의 없죠. 하지만 한국 남성은 이런 부분을 보통의 매너로 인식하고 있죠. 아무래도 한국 남성의 이런 평범하고 사소한 배려에 일본 여성이 감동받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유튜브 브레드쿤에 출연한 일본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경험이나 가치관을 솔직하게 말해서 지금의 일본 MZ 세대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유튜브채널 브레드쿤 영상 캡쳐
유튜브 브레드쿤에 출연한 일본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경험이나 가치관을 솔직하게 말해서 지금의 일본 MZ 세대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유튜브채널 브레드쿤 영상 캡쳐

-한일 MZ 세대를 둘 다 보는데, 가장 다르다고 느끼는 점은
“아무래도 결혼과 출산 문제가 아닌가 싶어요. 적어도 제 주변에서는 결혼을 안 하겠다거나 아기를 안 낳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 거든요. 또한 결혼을 하면 아이를 두 명, 세 명 낳는 사람도 적지 않아요. 그런데 한국은 결혼을 아예 안한다거나 결혼을 해도 아이를 안 낳거나 한 명만 낳겠다는 사람이 많죠. 이런 점은 확실히 온도차가 큰 것 같아요.”

-왜 그런 차이가 난다고 보시나
“제 생각에는 한국에선 결혼 자체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끼는 것 같아요. 특히 집(자가)이 없으면 어떻게 결혼을 하냐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도 많은데, 일본에서는 서로 마음이 잘 맞으면 작은 방부터 시작하자고 하고, 또한 집 자체를 구매하는 것을 아예 염두하지 않는 사람도 많거든요. 한국은 집을 사기만 하면 오르는 것을 경험했기에 하루라도 빨리 사자는 주의가 많은 반면에 일본은 버블이 터진 이후 집은 자동차처럼 시간이 지나면 가치가 떨어지는 대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보편적이죠. 이런 집에 대한 한일의 인식차가 결혼이나 출산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일본 MZ 세대의 한국에 대한 인식도 변화를 느끼시나
“인터넷 세상하고 현실은 좀 다른 것 같아요. 한참 양국 관계가 안 좋아서 한국에선 노재팬, 일본에선 혐한 얘기가 자주 나올 때에도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했거든요. 제 주변에서 한국이 싫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못 봤고, 그것은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해요.”

-동영상에 출연하는 일본인 친구들이 굉장히 솔직하게 얘기를 하는 것 같은데
“그런 부분이 있죠. 사실 얼마 전에 한 일본인 친구가 일본의 유명한 남성 예능인이 미투 논란에 휩싸인 것과 관련해 솔직한 견해를 얘기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한국 구독자들이 ‘어떻게 가해자의 편에 설 수 있나’는 등의 댓글을 남긴 적이 있죠. 하지만 그 영상에 ‘좋아요’를 남긴 분들도 적지 않았어요. 한 일본인의 개인 의견으로 본 거죠. 일본인 친구들은 진솔하게 얘기하고, 그것에 대한 이해와 판단은 구독자들이 하셨으면 좋겠어요.”

-구독자 20만 명이 바로 코앞이다. 목표가 있다면
“예전에는 ‘몇만 유튜버가 되자’ 이런 생각도 있었는데, 사실 목표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또한 구독자를 늘리려면 구독자가 보고 싶은 것만을 주로 올려야만 하는데 그렇게는 적어도 지금은 하기 싫거든요. 제 일본인 친구들과 편하게 얘기를 하면서, ‘평범한 일본 사람들은 지금 이런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구나’라는 것을 전하고 싶어요. 또한 한국과 일본은 비행기로 2시간 반밖에 안 걸리는데, 하는 일이 잘되서 일본과 한국에 집을 하나씩 마련해 오고 가며 사업을 하고 싶은 것이 소망이예요.”

일본 부동산사무소 UC JAPAN의 현판을 들고 있는 김형식 씨(오른쪽)와 그의 동업자 오완 유우시 씨.
일본 부동산사무소 UC JAPAN의 현판을 들고 있는 김형식 씨(오른쪽)와 그의 동업자 오완 유우시 씨.


※공익재단법인 일한문화교류기금의 취재 지원을 받아 작성한 기사입니다.

도쿄=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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