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인간과 원본인간, 누가 더 인간다운가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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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워딩턴 주연 영화 ‘시뮬런트’
기억까지 심어 똑같아진 복제인간
명령 안따르고 자율성 높은 변종도
AI 시대, 인간-비인간의 기준 고민

영화 ‘시뮬런트’에서 특수 요원 케슬러(샘 워딩턴)가 탈출한 복제인간 ‘시뮬런트’를 체포하기 위해 전자파 차단 총을 쏘고 있다. 영화특별시SMC 제공
영화 ‘시뮬런트’에서 특수 요원 케슬러(샘 워딩턴)가 탈출한 복제인간 ‘시뮬런트’를 체포하기 위해 전자파 차단 총을 쏘고 있다. 영화특별시SMC 제공
복제인간과 인간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인간이 오히려 살생에 거리낌이 없고, 복제인간이 절절한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면 누가 더 인간답다고 할 수 있을까. 2일 개봉한 영화 ‘시뮬런트’가 던지는 질문이다.

영화는 거대한 기술 기업 넥스세라가 복제인간 ‘시뮬런트’를 대량 생산한 미래가 배경이다. 복제인간들은 겉보기에 사람과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이들은 절대 인간을 해칠 수 없고, 자신을 소유한 주인의 명령에 복종한다는 원칙에 따른다. 인간이 ‘셧다운’을 외치면 즉시 전원이 차단된다. 하지만 때로 불량품이 발생해 주인에게서 탈출하는 시뮬런트들이 생겨나게 되고, 특수 요원 케슬러(샘 워딩턴)가 이들을 체포하러 다닌다.

어느 날 케슬러는 탈출한 시뮬런트의 흔적을 쫓다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자율성을 가진 시뮬런트를 만난다. 몇 년 동안 도망 다닌 이 시뮬런트 ‘에즈메’(알리시아 산스)는 직접 손으로 생각이 담긴 일기를 쓰고,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는 등 인간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거짓말을 하고, ‘셧다운’을 외쳐도 전원이 꺼지지 않는다. 자신을 체포하려는 케슬러를 공격하기까지 한다. 케슬러는 에즈메가 해킹당했다고 확신하게 되고, 용의자인 해커 케이시(시무 리우)를 추격한다.

이 추격전에는 에반(로비 아멜)과 페이(조대나 브루스터) 부부도 연루돼 있다. 이들 부부는 사고를 당하거나 병들어 더 이상 육체가 기능하지 못할 때를 대비해 자신들을 본뜬 시뮬런트를 제작해뒀다. 그러다 에반이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고, 페이는 남편의 기억을 그대로 저장시킨 시뮬런트를 가동시키지만 진짜 남편을 대신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에반을 셧다운시키고 싶어 한다. 에반은 케슬러를 만나 이 같은 사실을 전해 듣게 되고, 그와 함께 도망 간다.

영화 내용 자체가 기시감이 들긴 하지만 인공지능(AI)이 화두인 시대에 시의적절한 주제다. 인간과 비인간의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샘 워딩턴#영화#시뮬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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