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 남성복 ‘갤럭시’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강혁 협업부터 여성용까지 젊은 제품 강화”

  • 동아경제
  • 입력 2023년 9월 6일 16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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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4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
새 BI 정립·로고 변경·캐주얼 제품군 강화
남성복 미래 이끌 새로운 방향성 제시
란스미어 스포츠 라인 여성 제품 출시
에이셉라키가 입은 강혁과 협업 지속
새 모델로 할리우드 배우 ‘조쉬 하트넷’ 발탁

불혹을 맞이한 국내 대표 남성복 브랜드 갤럭시(GALAXY)가 ‘아재옷’ 이미지를 탈피해 보다 젊고 감각적인 브랜드로 변신을 시도한다.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새롭게 정립하고 글로벌 명품 브랜드에 견줄 수 있는 품질과 제품 라인업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경험 요소를 강조한 오프라인 매장도 리뉴얼과 매장 확장을 병행한다. 남성복 브랜드지만 일부 고급 스포츠 라인에서는 여성용 제품도 선보인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5일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소재 란스미어(갤럭시 최고급 라인) 플래그십스토어에서 갤럭시 40주년을 기념하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번 기자간담회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처음 개최한 오프라인 언론 행사다.

국내 패션 시장에서 슈트 위주 남성복 브랜드 입지는 약화 추세다. 재택근무와 주요 기업 복장 자율화로 슈트 수요가 감소했고 여기에 해외 명품과 매스티지 브랜드가 성장하면서 국내 남성복 수요를 흡수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갤럭시는 지난해 성장세를 유지해 국내 남성복 1위 위상을 이어갔다고 한다.
이무영 삼성물산 패션부문 남성복사업부장은 “갤럭시는 40년간 삼성물산 캐시카우(Cash cow) 역할을 맡으면서 회사 브랜드 확장과 국내 남성복 시장 발전을 이끌어왔다”며 “40주년을 맞아 변화를 통해 다시 한 번 시장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브랜드 전략과 방향성으로는 상품 및 라인 다변화를 제시했다. 이무영 남성복사업부장은 “국내 남성복 시장 침체에도 갤럭시는 성장을 이어가면서 브랜드 인지도를 유지했다”며 “글로벌 추세에 맞춰 캐주얼을 강화하고 상품 다각화를 통해 시장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BI도 새롭게 정립했다. 이탈리아 전통 클래식에 초점을 맞춘 ‘타임리스 클래식(TIMELESS CLASSIC)’에서 우아한 남성을 강조한 ‘테일러드 엘레강스(TAILORED ELEGANCE)’로 BI를 변경했다. 신규 BI에는 기존의 정형화된 남성성과 고루한 라이프스타일에서 벗어나 개인 취향보다 한 발 앞선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한다는 의도가 담겼다고 한다. 이에 맞춰 브랜드 로고는 간결하고 깔끔한 고딕체 디자인으로 바꿨다.
제품 라인업은 최고급 맞춤 슈트와 우수한 소재 및 품질 등 갤럭시의 기존 장점을 유지하면서 캐주얼 제품군을 확대하기로 했다. 제품 라인은 수트 한 벌에 300만~1000만 원대 최고급 맞춤(비스포크) 수트와 자체 상품으로 구성된 ‘란스미어’, 슐레인과 슐레인모헤어 등 자체 개발 소재를 적용한 ‘프레스티지 컬렉션’, 합리적인 가격대의 ‘갤럭시’, 젊은 소비자를 위한 ‘GX’ 등을 세분화했다. 캐주얼과 스포츠 제품, 30대를 겨냥한 상품 등이 늘어나면서 전반적인 제품 디자인과 매장 분위기가 이전보다 젊어진 느낌이다. 하지만 핵심 고객층은 여전히 40대 이상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다. 핵심 고객층에게 보다 젊고 감각적인 디자인의 상품을 제공하면서 일부 젊은 소비자도 접근 가능한 제품을 선보이는데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그 일환으로 갤럭시는 글로벌 패션계에서 주목받는 브랜드 ‘강혁(KANGHYUK)’과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디자이너 강혁(듀오)은 자동차 에어백 등 신선한 소재를 활용한 남성 컬렉션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과감한 시도를 통한 독창성과 창의성을 인정받아 쎈스(SSENSE) 등 해외 유명 패션몰에 입점하기도 했다. 쎈스에서 강혁 브랜드는 코트류가 3300달러대(약 400만 원대)로 명품급으로 분류된다. 미국 래퍼 에이셉라키가 뮤직비디오에서 강혁 브랜드 제품을 착용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갤럭시와 강혁의 협업은 남성복이라는 틀을 깨고 젠더리스 실루엣과 캐주얼라이징의 진면목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해당 협업 제품은 유명 연예인들이 직접 구매를 희망할 정도로 많은 인기를 모았다고 한다. 갤럭시와 강혁은 2023 S/S(봄/여름) 시즌 캡슐 컬렉션에 이어 2024 S/S 시즌에도 새로운 협업 컬렉션을 선보일 계획이다.
브랜드 40주년 신규 캠페인도 전개한다. ‘파인드 유어 엘레강스(Find Your Elegance)’를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새로운 브랜드 모델로 미국 할리우드 배우 조쉬 하트넷(Josh Hartnett)을 발탁했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엘레강스의 개념을 40대 남성들이 열망하는 우아한 삶의 태도와 라이프스타일로 풀어낸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40주년 기념 제품도 출시했다. 비접착 구조와 한국인 체형에 최적화된 패턴, 초격차 경량 기술 등이 접목된 것이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브랜드 헤리티지가 담긴 재킷과 코트 등을 40주년 기념 제품으로 선보였다. 클래식한 디자인과 실루엣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패턴과 소재를 접목해 현대적인 감각을 강조한다. 미국 배우 리차드 기어(1996년)와 피어스 브로스넌(2006년) 등이 갤럭시 광고에서 착용했던 프리미엄 재킷과 1998년부터 2005년 주력 제품이었던 캐시미어 체어맨 코트를 재해석한 사르토리얼 코트 등이 있다. 일반 소비자가 잘 모르는 고품질 브랜드와 협업한 제품도 내놨다. 1911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설립된 고급 남성 패션하우스 ‘발스타(Valstar)’와 울오버코트, 울퀼팅셔츠 등을 선보였다. 이탈리아 남부 테일러링 브랜드 ‘딸리아또레(TAGLIATORE)’와는 캐시미어 더블오버코트와 캐시울 헤링본 더블오버코트 등을 만들었다.
오프라인 매장 운영 전략은 브랜드 경험에 중점을 둔 란스미어 플래그십스토어와 ‘아뜰리에 디 갤럭시’ 등을 확대·운영할 계획이다. 특히 리뉴얼을 거친 오프라인 매장은 VIP 고객을 핵심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부촌지역에 위치한 백화점을 중심으로 확대될 예정이라고 이무영 남성복사업부장은 설명했다. 현재 란스미어 플래그십스토어와 아뜰리에 디 갤럭시 2곳(롯데백화점 본점, 신세계 센텀시티점)을 운영 중이다. 해당 매장에서는 전문 테일러의 맞춤 서비스가 제공되고 야콥코헨과 발스타, 꼬르띠지아니, 체사레 아톨리니, 키톤 등 다른 브랜드 제품 구매도 가능하다.

이무영 남성복사업부장은 “40년 장수 브랜드 갤럭시를 남성복의 미래를 제안하고 소유하고 싶은 브랜드로 변화시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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