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창엔 사람을 묶는 힘, 분쟁국도 함께 노래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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귄터 티치 세계합창대회 위원장

강릉 세계합창대회에 참석한 귄터 티치 인터쿨투르 총재(세계합창대회 위원장)가 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문화 교류의 힘을 증명하는 대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릉=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강릉 세계합창대회에 참석한 귄터 티치 인터쿨투르 총재(세계합창대회 위원장)가 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문화 교류의 힘을 증명하는 대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릉=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한번 함께 노래한 사람끼리는 총을 겨누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합창은 인간을 한데 묶어주는 힘이고, 때로는 정치의 영역이 못 하는 일을 합니다.”

강릉 세계합창대회에 참석한 귄터 티치 인터쿨투르 총재(77·세계합창대회 위원장)가 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터쿨투르는 2년마다 대륙을 돌아가며 세계합창대회를 주최하는 ‘합창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격인 조직이다. 강릉 세계합창대회는 강원 강릉시 강릉아레나에서 3일 개막했다.

체코에서 태어난 독일인인 티치 총재는 동구권 붕괴 이전인 1988년 헝가리에서 국제 합창 콩쿠르를 개최해 동서 화합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990년 인터쿨투르를 설립했고 1990년 오스트리아 린츠에서 첫 세계합창대회를 열었다. 이번 대회는 12회째다.

티치 총재는 “2010년 중국 사오싱 대회 등에서 남북한 합창단이 화음을 맞춘 일이 있다. 이번 대회도 독일 주재 북한대사관을 통해 북한에 참가 의사를 타진했지만 긍정적인 응답 대신 성을 내는 반응이었다. 언젠가는 다시 합창이 남북 간 긴장을 해소하는 역할을 맡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예전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합창단도 함께 화음을 맞췄죠. 전쟁이 벌어져도 보통 사람들에게는 잘못이 없습니다. 올해는 러시아 팀이 오지 않았지만, 분쟁 속에서도 사람들이 함께 노래하며 마음을 가깝게 하는 게 우리의 사명입니다.”

그는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에게 이번 대회 개최지에 대한 의견을 구했더니 평창 겨울올림픽에 참여한 바 있는 강릉을 추천했다. 적당한 도시 규모와 아름다운 풍경을 봤을 때 성공적인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또 개막식에 대해 “이렇게 잘 조직되고 프로페셔널한 개막식은 처음이다. 한국 문화와 세계 문화를 성공적으로 결합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합창단이 특히 실력이 좋다고 들었다”며 이번 대회가 한국 합창의 실력도 널리 알리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기대를 표했다.

올해 참가 팀 수가 예상보다 줄어든 데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그는 “중국의 경우 통상 80개 팀 이상이 참석하는데, 올해는 중국과 홍콩, 마카오, 대만을 포함해 30개 팀에 그쳤다. 그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여파로 합창단마다 연습 시간 등 준비할 여건이 충분치 않았던 게 큰 이유”라고 말했다.

“이 대회에 참가한 합창단에게는 상을 받는 것만이 목표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정과 추억을 쌓고 음악을 공유하는 데서 더욱 큰 즐거움을 발견하시기를 기대합니다.”


강릉=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강릉 세계합창대회#귄터 티치#세계합창대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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