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람들 얼굴에 담긴 시대의 아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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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뮤지엄서 佛 제이알 개인전
‘세대의 초상’ 등 140여 점 전시

‘세대의 초상’ 연작 중 제이알의 이름을 알린 초기 작품 ‘브라카주, 라지 리’(2004년). 사진 속 인물은 오래 방치된 건물에
 사진을 붙이는 작업을 제이알과 함께한 라지 리로, 후일 영화감독이 돼 프랑스 영화 ‘레미제라블’(2021년)을 연출했다. 
ⓒJR-ART.NET
‘세대의 초상’ 연작 중 제이알의 이름을 알린 초기 작품 ‘브라카주, 라지 리’(2004년). 사진 속 인물은 오래 방치된 건물에 사진을 붙이는 작업을 제이알과 함께한 라지 리로, 후일 영화감독이 돼 프랑스 영화 ‘레미제라블’(2021년)을 연출했다. ⓒJR-ART.NET
프랑스 파리 일대에 대규모 폭동이 일었던 2005년 10월. 이 무렵 프랑스 출신 사진가·거리예술가 제이알(JR·40)은 몽페르메유 지역 청년들의 얼굴 사진을 확대 출력해 거리에 붙이는 프로젝트 ‘세대의 초상’을 하고 있었다. 성난 거리의 모습을 담은 방송 카메라에 제이알의 사진이 포착됐다. 그를 눈여겨본 한 매체가 자동차를 불태우는 청년들을 촬영해 달라고 제안하지만, 제이알은 이를 거절한다. 그 대신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는 지역 청년들의 모습을 거리에 전시했다.

거리에서 만나는 평범한 사람들의 얼굴로 사회적 문제를 다뤄 주목받는 작가 제이알의 개인전 ‘제이알: 크로니클스’가 서울 송파구 롯데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다. 작가가 스물한 살이던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작업한 ‘세대의 초상’을 비롯해 최근 미술관과 협업해 만든 대형 사진, 영상, 기록 등 140여 점이 전시됐다.

파리 외곽에서 동유럽과 튀니지 이민자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작가는 2001년부터 거리에서 그라피티 작업을 하다 지하철에서 우연히 습득한 카메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자신이 촬영한 사진들을 건물 외벽에 붙이고 빨간 스프레이로 액자를 만들어 ‘거리 전시회’를 열면서 작가가 됐다. 불법 사진전과 그라피티로 경찰에 수십 번 체포되는 경험을 한 작가에게선 미지의 거리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대담함이 엿보인다.

이 밖에 노년층의 얼굴을 강렬하게 담아낸 ‘도시의 주름’, 여성의 얼굴과 눈을 찍은 사진을 크게 프린트해 여성들의 강인함을 표현한 ‘여성은 영웅이다’ 연작 등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8월 6일까지. 1만2000∼2만 원.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제이알 개인전#세대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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