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 배우들 “수다 좀 떨게요”… 공연장이 왁자지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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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계 “2030 넘어 저변 확대”
중장년층 대상 공연 속속 열려
중년 스타 배우-가수 속속 합류
‘큰손’ 티켓 파워… 매진 행렬도

공연계가 중장년층이 즐기는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창작뮤지컬 ‘다시, 봄’은 중년 여성 배우 7명이 왁자지껄 수다 떨듯 대사를 말하고 노래 부르며 ‘인생 2막’의 꿈을 이야기한다. 서울시뮤지컬단 제공
공연계가 중장년층이 즐기는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창작뮤지컬 ‘다시, 봄’은 중년 여성 배우 7명이 왁자지껄 수다 떨듯 대사를 말하고 노래 부르며 ‘인생 2막’의 꿈을 이야기한다. 서울시뮤지컬단 제공
딸로, 아내로, 엄마로 정신없이 살다 보니 어느 새 중년이 된 일곱 명의 여성. 진짜 중년의 삶을 담아내기 위해 문희경(58) 등 실제 40, 50대 배우들이 주인공으로 무대에 선다. 중년 여성들의 삶을 수다 떨 듯 유쾌하게 풀어내고 노래하는 창작뮤지컬 ‘다시, 봄’이다. 지난해 10월 초연 당시 객석 점유율이 80%에 달해 5개월 만인 이달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다시 막을 올린다.

공연계에서 중장년층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작품들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관객층을 2030세대에서 ‘잠재적 큰손’인 4050세대로 확대하기 위해서다.

● “중장년 겨냥 작품 개발”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에서는 28일 ‘어떤가요’ 시리즈 네 번째 공연이 열린다. ‘오직 하나뿐인 그대’를 통해 1990년대 국내 가요계를 휩쓸었던 심신을 비롯해 이덕진 최용준 김세헌까지, 가수 4명이 합동 공연을 펼친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1∼3회 공연에는 이정석, 이치현, 김완선, 박남정 등이 출연해 시야방해석을 제외한 800여 석이 모두 매진됐다. 전체 관객 중 70% 이상이 40, 50대였다.

송제용 마포문화재단 대표는 “당초 한 번만 공연할 예정이었으나 관객의 반응이 워낙 뜨거워 시리즈 공연으로 확장하게 됐다”며 “트로트 외에도 중장년층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6일 인터파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공연을 시작해 현재 전국 공연장을 돌고 있는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예매자 중 40, 50대 비율이 지역별로 40∼60%를 차지한다. 시골 출신 페기가 뮤지컬 댄서의 꿈을 이루는 과정을 화려한 볼거리와 신나는 음악으로 구성해 중장년층의 호응이 높다. 동창회, 동호회에서 단체 관람하는 경우도 많다. 아바의 히트곡을 엮어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 ‘맘마미아’와 ‘다시, 봄’ 역시 각각 40, 50대 예매 비율이 40%, 58%를 차지한다. 다음 달 개막하는 뮤지컬 ‘데스노트’는 40, 50대 예매 비중이 약 17%, 5일 폐막한 ‘스위니토드’는 21%에 그치는 것과 대비된다.

● 재밌으면 지갑 활짝 여는 4050
제작사들도 중장년층 배우들을 발탁해 나이에 맞는 연기로 친근감을 높이고 있다.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24일 개막하는 ‘맘마미아’에는 50대 배우 송일국, 장현성이 합류했다. 신시컴퍼니는 “2004년 초연 당시엔 배우층이 얕아 30, 40대 배우들이 50대 배역을 연기했다”며 “시장이 성숙해지면서 중장년 배우들이 실제 자기 나이에 해당하는 역할을 연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중장년층 가운데는 경제력을 갖춘 데다 공연 관람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여는 이들이 많다. 국내 공연시장이 성장하기 시작한 1980, 90년대에 젊은 시절을 보내며 공연을 관람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장은 “베이비붐 세대와 비교해 4050세대는 문화예술을 다채롭게 즐긴 경험이 있어 공연 관람에 적극적이다”라며 “젊은 관객에게만 편중되면 시장이 커지지 못하고 출혈 경쟁만 계속돼 구매력 높은 중장년층이 볼만한 작품을 적극 확보해 관객층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중장년층에게 익숙한 고전 등을 젊은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4050 배우들#중장년 겨냥#매진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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