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밑줄 긋기]허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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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희 지음·자음과모음

엄마의 초본에 따르면 나는 엄마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엄마의 주소들과 그곳에 머문 짧은 시간이 불행을 향해 딱딱 아귀를 맞출 때 나는 안도했다. 불행의 행적을 확인한 것으로 엄마에게 다른 삶이란 가능하지 않았을 거란 식의 논리가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단단히 굳어 있던 과거의 어느 시점이 격렬하게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주소와 주소 사이, 그러니까 서류 따위로 증명되지 않은 엄마의 시간이었다.(단편소설 ‘로즈쿼츠’ 중)



일상의 벽 앞에서 분투하는 이들을 그린 7개 단편을 엮은 소설집.
#허들#신주희#자음과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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