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무대가 내 뿌리…커튼콜때 ‘오늘 하루 잘 살았네’ 에너지 받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13일 10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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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이종혁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인기 연출가 줄리안 마쉬를 연기하는 배우 이종혁. 그는 2016년부터 5번째 시즌에 같은 배역으로 출연 중이다. CJ ENM·샘컴퍼니 제공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인기 연출가 줄리안 마쉬를 연기하는 배우 이종혁. 그는 2016년부터 5번째 시즌에 같은 배역으로 출연 중이다. CJ ENM·샘컴퍼니 제공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첫 출연 때 마흔두 살에 이 작품을 한다는 게 기분이 묘했는데, 벌써 마흔아홉 살이 됐네요.”

2016년부터 총 5번의 시즌에 걸쳐 ‘브로드웨이 42번가’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 이종혁(48)은 왠지 감회에 젖은 눈빛이었다. 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그는 “예전엔 한 배우가 한 작품을 계속 하면 사람들이 질려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이 바뀌었다”며 “이젠 제가 이 작품의 대표배우가 된다는 느낌이 들어 꾸준히 좋아해주시는 관객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 중인 ‘브로드웨이 42번가’는 1930년대 대공황을 배경으로 무명 배우 페기 소여(오소연 유낙원)가 유명 연출가 줄리안 마쉬(이종혁 송일국)를 만나 스타로 성장하는 ‘아메리칸 드림’을 담고 있다. 탭댄스와 스윙음악, 화려한 앙상블 군무 등을 내세운 쇼 뮤지컬로 1996년 한국 초연 이후 꾸준히 사랑받아왔다.

무명 배우가 브로드웨이에서 일약 스타가 되는 ‘아메리칸 드림’을 담은 뮤지컬이지만, 동시에 브로드웨이의 어두운 이면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CJ ENM·샘컴퍼니 제공
무명 배우가 브로드웨이에서 일약 스타가 되는 ‘아메리칸 드림’을 담은 뮤지컬이지만, 동시에 브로드웨이의 어두운 이면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CJ ENM·샘컴퍼니 제공

“오랫동안 줄리안 마쉬를 연기하다보니 처음엔 보이지 않았던 작품의 드라마를 새삼 깨달아요. 경제 공황 당시 브로드웨이의 어두운 모습을 보여주는 블랙코미디적 요소가 있어요. 언젠가 기회가 되면 새로운 해석을 담은 공연을 연출해보고 싶습니다.”

이종혁이 연기하는 마쉬는 브로드웨이 최고 연출가로, 밝고 희망적인 여배우 페기 소여와 달리 브로드웨이의 그늘진 면도 보여주는 인물이다. 공연에 돈을 대는 투자자 취향에 작품의 내용과 캐스팅에 간섭 받고, 마피아와 연계되는 모습도 그려진다.

“최대한 브로드웨이의 이면을 보여주는 쪽으로 연기하려고 합니다. 마냥 순진하고 철이 없는 소여의 열정도 현실을 아는 마쉬에겐 피곤하게 느껴질 수 있죠. 마지막 장면에서도 공연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자식 같은 공연을 자기 손에서 떠나보내는 씁쓸함을 담고 싶습니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배우 송일국과 함께 줄리안 마쉬를 연기하는 이종혁. CJ ENM·샘컴퍼니 제공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배우 송일국과 함께 줄리안 마쉬를 연기하는 이종혁. CJ ENM·샘컴퍼니 제공

서울예대 연극과 출신인 그는 대학 동기였던 왕용범 연출가와 함께 올린 연극 ‘서푼짜리 오페라’로 1997년 데뷔했다. 이후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KBS드라마 ‘추노’ ‘신사의 품격’ 등으로 인기를 얻었다.

“연극 무대가 연기자로서 제 뿌리라고 생각해요. ‘관객에게서 에너지를 얻는다’는 말이 뻔하지지만 진짜예요. 커튼콜 때 박수치는 모습에 ‘오늘 하루 잘 살았네’하며 에너지를 받습니다.”

내년 1월 15일까지, 7만~14만 원.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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