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뒷날개]지겨운 밥벌이 버티며 즐겁게 살아가기 위해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두 여자의 인생편집 기술/김은령 이영미 지음/256쪽·1만8000원·책밥상

카를 마르크스(1818∼1883)는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는 게 아니라 외부 환경에 맞게 사유가 만들어진다”고 했다. 최근 출판 시장을 보면 마르크스의 지적이 떠오른다. 팬데믹 이후 풍부해진 유동성이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을 끌어올리며 독자들의 관심도 이쪽으로 쏠렸다. 많은 사람이 ‘파이어족’(경제적으로 독립한 조기 은퇴자)이 되길 꿈꿨다. 다양한 관련 책들도 출간됐다.

올해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인플레이션 등 악재가 겹치며 자산 시장이 불안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돈을 단시간에 많이 불리는 방법에 관한 책의 인기도 식어버렸다. 일확천금이 어려워진 시대, 독자의 시선이 쏠릴 다음 주제는 무엇일까.

최근 서점가에선 큰돈을 단기간에 벌진 못해도 즐겁게 일하며 보람을 느끼는 삶에 관한 책이 주목받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나온 책으로는 업에서 성공의 본질에 관해 진지하게 고민한 에세이 ‘어떻게 일할 것인가’(2018년·웅진지식하우스)나 일에서 자신을 찾는 가능성을 바라본 교양철학서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2017년·사계절)이 떠오른다. 최근 출간된 책으로는 에세이 ‘두 여자의 인생편집 기술’이 있다.

저자들은 출판사 베테랑 편집자 출신들. 이영미 씨는 25년 동안 편집자로 일하다가 현재 작가로 활동 중이며, 김은령 씨는 30년째 출판사 디자인하우스에서 근속해 부사장까지 됐다. 두 사람은 책에서 ‘더 좋은 삶’ ‘더 재미난 인생’에 대해 서로에게 호기심 가득한 질문을 던지고 답해간다. 후배 편집자에게 건네는 다정하고도 옹골찬 조언도 담겨 있다. 닮은 듯 다른 삶을 걸어온 두 사람은 일과 결혼도 대화 주제로 삼는다.

저자들은 “인생이 편집”이라고, “삶이 편집과 닮았다”고 말한다. 아무리 유명한 작가도 처음엔 엉망이던 초고를 계속해서 가다듬듯, 인생 역시 비슷하다는 설명이다. 멀리서 보기엔 순탄한 삶을 살아온 이들이지만 치열하게 시행착오를 겪은 과정도 고백한다.

경륜이 묻어나는 통찰력도 눈에 띈다. 특히 “30%만 즐거운 일이라도 꽤 괜찮은 회사”라는 김 씨의 조언이 먼저 떠오른다. “하고 싶은 일이라면 나이 들어서도 물러나지 말라”는 이 씨의 격려도 뇌리에 박혔다. 삶의 목표가 돈이나 재산 축적이 아니어야 한다는 당부도 빼놓을 수 없다. 지금 같은 경제 상황에서는 꼭 필요한 말이니까.

저자들의 수다를 듣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주식 거래 애플리케이션(앱)은 잠시 지우자. 밥벌이를 버티며 즐겁게 살아갈 길을 찾아보자. 인생은 길고, 찾아보면 즐거운 일도 많다. 혹 저자들처럼 마음이 통하는 동료까지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손민규 예스24 인문MD
#주식투자#일확천금#출판#편집#직장#결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