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빌보드 핫100 1위·그래미 후보 ‘양날의 검’ 됐나

  • 뉴시스
  • 입력 2022년 6월 15일 15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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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수퍼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단체활동 잠정 중단 관련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힘이 실리는 건 일곱 멤버들의 음악적인 고갈이다. RM은 단체활동 잠정 중단을 선언한 지난 14일 유튜브채널 방탄티비 영상 콘텐츠 ‘찐 방탄회식’에서 “어떤 이야기, 어떤 메시지를 던지느냐가 중요한데. 그런 게 없어진 거다.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라고 밝혔다.

특히 방탄소년단이 명실상부 세계적인 스타가 된 계기인 미국 빌보드 메인싱글차트 ‘핫100’ 1위, 미국 최고 권위의 대중 음악 시상식 ‘그래미 어워즈’에 2년 연속 후보로 지명된 것이 ‘양날의 검’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부분들이 팀의 영광이 된 건 분명하지만 방탄소년단 멤버들에게 책임이나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가수로는 처음 ‘핫100’ 1위를 차지한 ‘다이너마이트’를 시작으로 ‘버터’ ‘퍼미션 투 댄스’ 등 영어 노래들은 사실 방탄소년단 스타일의 곡이 아니다.

영어 노랫말의 ‘버블검 팝’(10대들을 타깃으로 한 대중음악 장르)으로 팝 본고장 미국을 공략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다이너마이트’와 ‘버터’ 사이엔 낸 앨범 ‘BE’의 타이틀곡인 한국어 노래 ‘라이프 고즈 온’은 다른 결의 노래이기는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위기 속에서 방탄소년단은 전체적으로 밝음과 희망을 상징하는 ‘팝의 마스코트’ 같은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UN총회 연설 등의 내용까지 더해지면서 ‘평화대사’ 같은 이미지도 더했다.

그런데 방탄소년단의 태생적 분위기와는 상당히 다르다. 원래 방탄소년단은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정통 힙합그룹을 고려해 제작을 시작했다. 연습생 시절 아이언 같은 래퍼가 포함됐었다. RM은 언더그라운드 힙합 크루 ‘대남협’(대남조선힙합협동조합)에 속해 있었다.

하지만 데뷔 직전 아이돌 힙합그룹으로 정체성이 다소 바뀌었다. 그럼에도 힙합 기반의 저항적인 이미지는 여전히 가져갔다. ‘학교 3부작’ 등을 통해 ‘입시’ ‘등골브레이커’ 등 동세대가 동시대에 겪는 문제들을 다루며 팬층을 형성했다. 특히 ‘쩔어’ ‘상남자’ ‘불타오르네’ 같이 다소 거칠지만 화끈한 군무와 비트의 노래로 팬덤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와 달리 개구진 모습들을 마음껏 보여준 웹콘텐츠 ‘달려라 방탄’도 이들의 인기에 한몫했다.

하지만 점차 세계적으로 이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조금 더 대중성의 기준을 찾게 됐고 기존의 색깔을 조금씩 잊어버리기 시작했다. 팝적인 영어노래를 잇따라 발표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멤버들 사이에서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밝힌 것처럼,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지난 2020년 2월 발매한 정규 4집 ‘맵 오브 더 솔 : 7’이 이들 챕터 1의 마무리였다. 당시 이미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상당히 지쳤던 것으로 보인다. 타이틀곡 ‘온(On)’의 노랫말만 봐도 증명이 된다.

“제 발로 들어온 아름다운 감옥” “그건 어둠 속 내 산소와 빛 / 내가 나이게 하는 것들의 힘 /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스크림(scream)” 등의 노랫말엔 지금 돌이켜 보면 힘든 상황에서도 마지막으로 힘을 내자는 의지가 가득하다.

그런데 해당 앨범 관련 투어가 무산되고 뜻하지 않게 코로나19 기간 계획되지 않았던 곡들로 활동이 이어지면서 피곤 등이 겹친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잇따른 ‘핫100’ 1위 신기록 그리고 마치 한국 국가대표처럼 ‘그래미 어워즈’ 수상을 노려야 하는 상황들도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연예인들의 병역 특례 혜택과 관련 본의 아니게 하이브와 함께 총대까지 메게 되면서 이 역시 큰 부담이 됐을 것으로 파악된다.

아직 혈기왕성하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마음껏 해야 하는 20대 중후반의 젊은 뮤지션들에게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흘러가는 여러 안팎의 상황들이 책임감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크다.

상당수 아미들은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마음에 공감하며 “힘들어겠다”고 위로를 해주고 있다.

다행인 건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완전히 단체 활동을 접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단체 음악 활동은 잠정 중단하되, ‘달려라 방탄’ 활동을 재개하며 초심을 다잡기로 했다.

여기에 올해 초 예고됐던 미국 힙합 스타 스눕독과 방탄소년단의 협업이 언제 어떤 형식으로 공개될 지도 기대를 모은다. 앞서 스눕독은 지난 1월 팟캐스트 방송에서 “방탄소년단 측으로부터 협업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스눕독과 방탄소년단의 구체적인 협업 배경은 전해지지 않았다. 대중음악계에서는 방탄소년단 소속사인 하이브 산하 빅히트 뮤직의 피독(강효원) 수석 프로듀서가 이번 협업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피독은 활동 초창기부터 스눕독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내왔다. 피독이라는 활동명도 프로듀서(Producer)와 스눕독(SnoopDogg)의 ‘독(Dogg)’을 합친 것이다. 방탄소년단 멤버들도 피독이 참여한 정규 1집 ‘다크&와일드(DARK&WILD)’(2014) 수록곡 ‘힙합성애자’(Hip Hop Phile)에서 피독과 함께 스눕독에 대한 존중심을 표했다.

피독, RM, 슈가, 제이홉이 노랫말을 함께 만든 이 곡에서 “남들처럼 제이-지(Jay-Z), 나스(Nas) 물론 클래식한 일매틱(Illmatic)과 ‘도기스타일(Doggystyle)”이라고 언급하는데, ’도기스타일‘은 스눕독의 데뷔 음반(1993) 제목이다. ’일매틱‘은 힙합 거장 나스의 데뷔음반이자 힙합계의 전설적인 명반 제목이다.

힙합계의 전설과 명반들을 연달아 언급한 ’힙합성애자‘는 데뷔 초창기 힙합 아이돌 그룹을 표방한 방탄소년단과 이들을 프로듀싱한 피독의 힙합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는 곡으로 평가 받는다. 스눕독과 협업곡이 만약 공개된다면, 방탄소년단의 초심을 전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지도 관심을 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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