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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유흥식 교황청장관, 한국 4번째 추기경

입력 2022-05-30 03:00업데이트 2022-05-3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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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임명된지 11개월만에
8월 27일 바티칸서 서임식
유흥식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 겸 대주교(71·사진)가 한국의 네 번째 추기경으로 임명됐다.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으로 임명된 지 약 11개월 만이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29일(현지 시간) 바티칸 사도궁에서 유 대주교를 포함한 신임 추기경 21명을 발표했다. 유 대주교는 선종한 김수환 정진석 추기경, 지난해 은퇴한 염수정 추기경에 이은 한국의 네 번째 추기경이다.

충남 논산에서 태어난 유 대주교는 1979년 이탈리아 로마 라테라노대 교의신학과를 졸업한 후 현지에서 사제품을 받았다. 대전가톨릭대 교수와 총장을 지냈으며 2003년 주교품을 받았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교계 인맥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유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가까이 지내는 소수의 한국인 성직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실제 그는 2014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을 이끌어냈다.

유 대주교는 지난해 6월 전 세계 사제 및 부제의 직무와 생활에 관한 업무를 관장하는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에 발탁돼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 가톨릭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당시 유 대주교의 능력과 서구 중심의 가톨릭 인맥에서 벗어나 개혁을 강조해온 프란치스코 교황의 의중이 들어간 파격 인사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추기경은 가톨릭교회에서 교황 다음가는 최고위 성직자로 교황의 선거권 및 피선거권을 갖는다. 특히 80세 미만의 추기경은 비밀 교황 선출회의인 콘클라베에 참여한다. 한국에서는 유 대주교뿐 아니라 은퇴한 상태의 염 추기경도 올해 79세로 참석할 수 있다. 유 추기경의 서임식은 8월 27일 로마 바티칸 교황청에서 열린다.

유흥식 추기경, 백신기부운동으로 교황 신임… 첫 방한 이끌기도



한국 ‘네 번째 추기경’ 서임
작년 김대건 신부 200주년 미사 주례 “교황 방북-남북교류 활기 띨 수도”
추기경은 교황 보좌 최고위 성직자
80세 미만은 교황 선출-피선거권도… 신자들 “김수환 추기경처럼 됐으면”


한국 가톨릭이 유흥식 대주교(71)의 추기경 임명으로 또 하나의 경사를 맞았다.

유 대주교는 지난해 6월 전 세계 사제들의 직무와 생활에 관한 업무를 관장하고 주교들을 지원하는 성직자성 장관에 임명됐다. 240년 한국 가톨릭 역사는 물론 교황청 역사상 한국인 성직자가 차관보 이상 고위직에 임명된 첫 사례였다. 염수정 추기경(79)이 지난해 서울대교구장에서 물러나 은퇴한 상태이기 때문에 현직으로는 유 대주교가 유일하다.

유 대주교의 추기경 임명은 시간문제였다. 교황청 행정기구인 9개 성(省) 장관은 관례상 추기경 좌(座)로 분류돼 있어 추기경 서임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규모 종교행사에 대한 우려가 많아 임명이 늦춰졌다는 후문이다.

유 대주교가 교구장을 지낸 대전교구 측은 “교구 사제와 신자들이 전임 교구장님의 추기경 서임을 위해 많은 기도를 올렸다”며 “네 번째 추기경 탄생은 성직자성 장관 임명에 이어 한국 가톨릭의 경사”라고 말했다.

2018년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왼쪽)과 이야기를 나누는 유흥식 대주교. 유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가깝게 지내는 소수의 한국인 성직자 중 한 명으로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이끌어냈다. 천주교 대전교구 제공
유 대주교는 성직자성 장관 임명 이후 한국 가톨릭교회와 교황청의 소통은 물론 코로나19 백신 기부 운동을 뒷받침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유 대주교는 지난해 8월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한국 교회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기념 미사를 주례했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김대건 신부에게 봉헌되는 미사의 의미와 중요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교황은 백신 기부와 관련해 “주교님들께서 아낌없이 보여주신 사랑과 형제애에 저는 진심으로 감동을 받았다”면서 “한국 지역교회의 모든 신자를 품에 안으며, 저의 진심 어린 애정과 영적 친밀감을 전한다”는 서한을 보냈다.

2014년 충남 당진 솔뫼성지를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유흥식 당시 주교가 안내하고 있다. 뉴스1
2014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이끌어낸 이도 유 대주교였다. 당시 충남 당진 솔뫼성지에서 열릴 예정이던 아시아청년대회 참석을 요청한 그의 서한을 계기로 교황 방한이 이뤄졌다. 교황 방한을 앞두고 바티칸에서 열린 요한 23세 및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시성식에서도 유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40분간 단독 면담하며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교회법에 따르면 추기경은 가톨릭교회에서 교황 다음의 권위와 명예를 가진 성직자 지위다. 교황을 보필해 교회를 원활하게 관리하는 역할을 해 교황의 최고위 보좌관으로도 불린다. 전 세계 추기경이 소속된 추기경단은 교회법상 교황의 최고 자문기관이다.

80세 미만의 추기경은 교황 유고 시 콘클라베(교황 선출 투표)에 참석하며 교황으로 선출되는 피선거권도 있다. 유 추기경뿐 아니라 지난해 서울대교구장에서 물러나며 은퇴한 염수정 추기경도 80세 미만이어서 참석할 수 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측은 “이번 임명을 통해 유흥식 대주교가 성직자성 장관에 어울리는 명실상부한 지위와 명예를 갖게 됐다”며 “유 대주교가 한국 교회는 물론 세계가톨릭 교회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교계의 한 신부는 “유 대주교는 성직자성 장관에 임명될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의 북한 방문과 남북 교회의 교류에 힘을 보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며 “유 대주교의 추기경 임명이 다양한 남북 교류 사업에도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 대주교의 추기경 서임 소식이 전해진 29일 오후 9시경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는 이날 마지막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150여 명의 신자가 모였다. 미사를 마친 신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유 대주교의 서임을 화제로 대화를 나눴다. 백지우 씨(39)는 “갑작스럽게 임명 소식을 들어서 놀랐지만 크게 축하할 일이다. 약자 편에 서는 추기경이 되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희옥 씨(68)는 “김수환 추기경처럼 검소한 추기경이 되시면 좋겠다. 평화와 사랑 등 추기경이 지녀야 할 가치도 잘 실현해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김학렬 씨(50)는 “추기경이 한 분 더 나오신 만큼 우리나라 천주교의 위상이 높아질 것 같다”며 “염수정 추기경과 함께 두 분이 추기경 일을 잘해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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