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이 시기에…” 러 영화, 국내서 줄줄이 개봉 ‘갑론을박’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12일 13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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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럿: 배틀 포 서바이벌
파일럿: 배틀 포 서바이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반러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영화가 이달 국내에서 잇달아 개봉한다. 러시아 가수 공연이나 작가의 전시를 취소하는 등 전세계적으로 러시아 예술 보이콧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러시아 영화 개봉이 옳은 것이냐를 두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행복을 전하는 편지
행복을 전하는 편지
먼저 13일 러시아 영화 ‘행복을 전하는 편지’가 개봉한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무대로 한 이 영화는 여성 집배원 3명이 식탁에 둘러앉아 편지에 얽힌 다양한 사연을 옛날이야기처럼 풀어내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함께 참전한 뒤 오랜 세월 우정을 쌓아온 전우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집배원에게서 전해들은 노인은 그가 남긴 편지를 읽으며 추억을 회상한다. 영화에 제2차 세계대전 등 전쟁 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장르가 드라마인 만큼 회상 장면에서 일부 나오는 것에 그친다.

팔마
21일에는 또 다른 러시아 영화 ‘팔마’가 개봉한다. 엄마와 이별한 뒤 아빠와 살게 된 9세 소년 ‘콜리아’와 주인과 헤어진 뒤 공항 활주로를 맴도는 떠돌이견 ‘팔마’의 우정 이야기를 담았다. 1974년 러시아 모스크바 브누코보 국제공항에서 주인이 타고 떠난 비행기를 2년 동안 기다린 개 이야기를 토대로 제작됐다.

‘팔마’ 배급사인 라이크콘텐츠 관계자는 “3월에 개봉키로 하고 올 초 마케팅 계획을 잡아놨다가 전쟁이 발발하면서 개봉을 연기했던 영화”라며 “더는 연기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장르도 드라마로 러시아라는 나라가 강조되거나 하지 않아 개봉을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두 작품과 달리 13일 개봉하는 ‘파일럿: 배틀 포 서바이벌’은 전쟁을 정면으로 다룬다. 이 때문에 하필 이 시점에 러시아군(당시 소련군)을 다룬 영화를 개봉해 불필요한 오해를 살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영화는 히틀러의 나치 독일이 소련을 침공했던 제2차 세계대전 당시를 배경으로 독일군 점령지에 추락한 소련 공군 조종사의 생존기를 다룬다. 독일군에 맞선 소련 공군의 활약을 그리는 한편 당시 부상으로 다리를 절단하고도 다시 전투기를 타고 출격했던 실제 전쟁영웅들의 공적을 기리는 내용도 포함됐다. 현재와 정반대로 침공 당했을 당시 소련군의 활약과 군인정신을 강조한 영화인만큼 현재의 러시아군에 대한 악화된 여론을 희석시키는데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영화를 수입·배급한 박수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오래 전 수입 계약을 체결한 영화로 러시아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가의 영화를 수입하고 있다”라며 “군인이기 이전에 한 인간의 살기 위한 사투에 초점을 맞춘 영화인만큼 어느 나라 군에든 적용 가능한 보편적인 이야기로 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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