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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임신중절을 가볍게 여길 여성은 없어요”

입력 2021-12-30 03:00업데이트 2021-12-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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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픽처’ 작가 더글러스 케네디
신작 장편 ‘빛을 두려워하는’ 펴내
“소설을 쓴 지 30년이 다 돼 가지만 세상에 대한 호기심만은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는 더글러스 케네디(오른쪽)와 그의 신작 장편 소설 ‘빛을 두려워하는’ 표지. ⓒMax Kennedy
“미국 텍사스주가 시행한 낙태 제한법은 시대를 역행하는, 위험하고 잘못된 법입니다. 이로 인해 수많은 여성들이 의학적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무허가 시술을 받게 될 겁니다.”

장편소설 ‘위험한 관계’(2011년)와 ‘빅 픽처’(2012년) 등 10여 권의 작품을 국내에 번역 출간한 미국 소설가 더글러스 케네디(66)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표적인 영미권 베스트셀러 작가로 국내에서도 두터운 독자층을 거느린 그가 14일 장편소설 ‘빛을 두려워하는’(밝은세상)을 펴냈다. 그는 신간에 56세 우버 기사 ‘브렌던’이 임신중절을 원하는 여성들을 돕는 ‘엘리스’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브렌던은 임신중절 시술을 하려는 여성들을 병원으로 실어주는 일을 하며 이들의 진솔한 목소리를 듣는다.

올 7월 미국에서 영문판이 출간되고 두 달 후 텍사스주에서 낙태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법안이 시행됐다. 이 법에 따르면 여성은 임신한 지 6주가 지나면 성폭행 피해로 인한 임신을 포함해 어떠한 경우에도 임신중절 시술을 받을 수 없다. 임신 6주차가 되면 심장박동을 감지할 수 있어 이 법은 ‘심장 박동법’으로 불리기도 한다. 임신 중기(28주)까지는 산모의 낙태권을 보장한 기존 규제가 한층 강화된 것이다.

케네디는 “스스로 임신중절을 하지 않기로 선택하는 건 자유지만 다른 여성들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임신중절을 할 권리까지 빼앗으려고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일랜드와 멕시코 등의 국가들에서도 임신중절을 더 엄격히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모든 상황이 모순투성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소설을 쓰기 위해 임신중절 시술을 받은 여성을 비롯해 이들을 돕거나 혹은 반대하는 이들을 두루두루 인터뷰했다. 케네디는 “인터뷰를 해보니 임신중절에 반대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사형제도에는 찬성하는 모순이 발견됐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소설 속 한 여성의 말에 녹여냈다고 한다. “임신중절이 필요한 상황이라도 이를 가볍게 여길 여성은 아무도 없어요. 어떤 경우라도 아주 중대한 일이에요.”

케네디는 새 소설을 발표하는 족족 참신한 소재와 흡입력 있는 전개로 독자들을 매료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에게 소설이 추구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를 물었다.

“제 작품관은 19세기 소설가의 그것과 같습니다. ‘소설은 재밌으면서도 진지할 수 있다.’ 앞으로도 쉽게 읽히는 책은 심오할 수 없다는 오해를 불식시키는 작품을 쓰고 싶습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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