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뭐입지?]웰컴 백, 데님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 입력 2021-10-01 03:00수정 2021-10-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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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대를 건너 돌아온 Y2K 패션
1990년대 풍미한 부츠컷 데님
Z세대에겐 새로운 ‘유행 패션’
트루릴리젼-Lee 등 재론칭도
갤럭시라이프스타일. 갤럭시라이프스타일 제공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이라 했던가. 한 시절을 풍미했던 유행 아이템이 한 세대를 걸러 사랑받는 유행의 주기성은 기성세대에게는 향수를, 새로운 세대에게는 옷 입는 즐거움을 선물한다. 최근 몇 년 유행의 뒤안길에 있던 아이템 중 하나가 데님이 아니었을까 싶다. 청춘의 상징이자 편안하고 자유로운 패션의 대명사였던 데님은 코로나 시대에 이르러 스타일상으로는 고무줄 바지인 ‘조거’에게 밀려났고, 최근 가장 강력한 흐름인 서스테이너블 관점에서는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대표 아이템으로 언급되며 뒤처진 패션으로 취급됐다.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구분하는 구분자로 ‘스키니 진’이 언급되며 사회적 논쟁거리로 부각되기도 했다. Z세대가 스키니 진을 밀레니얼의 뒤떨어진 유행으로 치부하며 논쟁이 된 것. 밀레니얼조차 기성세대로 바라보는 Z세대의 시각에는 옷에 몸을 맞추어야만 하는 스키니 진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 ‘엄마 패션’일 뿐이다.

에잇세컨즈. 에잇세컨즈 제공
그런데 Z세대는 아이러니하게도 밀레니얼보다 앞선 X세대가 입고 즐기던 Y2K패션에 대해서는 더없이 관대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21세기로 접어들기 직전, 밀레니얼 버그와 함께 세계의 종말이 올지도 모른다고 염려했던 그 시절 패션이 지금 Z세대들에게 Y2K패션이라는 키워드로 불리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리세일 마켓이 성장하면서 빈티지, 중고품들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이유 때문일까. 배꼽티와 로라이즈 데님, 두꺼운 통굽 슈즈 등 1990년대를 풍미했던 Y2K패션이 이제는 빈티지가 되어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에잇세컨즈. 에잇세컨즈 제공
그 시절 우리를 열광하게 했던 데님 브랜드들의 컴백 소식은 데님의 부흥을 예고하고 있다. 90년대 미드 속 ‘베벌리힐스 아이들’이 즐겨 입었던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MARITHE FRANCOIS GIRBAUD)가 마리떼라는 새 이름으로 컴백한 데 이어, 프리미엄 데님으로 유명했던 트루릴리젼(True religion)과 오리지널 데님 브랜드 리(Lee)도 새롭게 재론칭 소식을 전했다. 데님의 대명사와 같은 브랜드 리바이스(Levi’s)는 미우미우(Miu Miu)와 함께 빈티지 아이템을 새로운 아이템으로 재작업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아이템으로 선보이고, 가니(Ganni)와 함께 업사이클링 기법을 최대한 활용, 지속가능한 패션에 대한 혁신을 제시 중이다. 전 세계의 빈티지 데님을 수집해 리폼과 재조합을 거쳐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브랜드 리던(Re/done)의 데님 아이템은 발매와 함께 빠르게 품절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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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 구호 제공
지금 데님 패션의 유행은 단순하게 과거의 향수에 따른 일시적 유행이 아닌, 오리지널 데님이 주는 쿨하고 편안한 감성을 따르는 것은 물론이고 데님 속에 깃든 스토리를 즐기고자 하는, 오늘날의 패션을 즐기는 태도 변화로 보는 것이 맞겠다.

준지. 준지 제공
데님은 착용자에게 길들이는 커스터마이징 기간이 오래 필요한, 어쩌면 가장 개인적일 수 있는 패션 아이템이다. 스트레치 없이 뻣뻣한 소재감은 착용자의 체형과 움직임에 최적으로 변형된다. 착용자에게 잘 맞도록 변형된 데님은 그 어떤 맞춤 아이템보다 편안한 착용감을 자랑한다. 최근에는 워싱가공을 거치지 않은 생지 데님 소재의 활용이 늘면서 데님 팬츠뿐 아니라 데님 재킷이나 원피스 등 다양한 아이템에 활용되고 있다. 제작 과정에서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어왔던 데님은 가급적 세탁하지 말라거나 가능한한 많이 입고 오랫동안 입으라는 가이드들과 함께 의외로 서스테이너블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구호플러스. 구호플러스 제공
그러고보니 이제 스키니 진도, 와이드 플레어 진도 다소 식상한 느낌이다. 오랜만에 돌아온 슬림 부츠컷 실루엣은 힙 라인을 단단하게 잡아주고 날씬하게 보이는 등 체형 보완 효과가 크다. 예전처럼 바지통으로 통 굽을 가려 다리가 길어 보이도록 하기보단, 발목을 드러내는 길이를 추천한다. 다소 올드하게 여겨졌던 ‘청청 패션’에 대한 평가도 달라지고 있다. 기성 세대들에게는 향수 어린 ‘옛날 패션’이지만, 경험해보지 않은 Z세대들에겐 새로운 유행으로 여겨지며, 데님 하의와 트러커의 조합으로 구성된 데님 셋업도 부상 중이다. 굽이 있는 앵클 부츠와 볼 캡 등의 액세서리와 함께 연출하면 고민없이 선택하기 좋은 ‘꾸안꾸’ 룩이 완성된다. 1997년 개봉한 영화 ‘비트’ 속 주인공 민처럼 워싱된 데님 트러커 재킷과 데님 팬츠의 ‘청청 패션’을 즐겨보자. 꿈이 없었다 하지만 멋은 있었던, 20년이 넘은 그 시절 영화 속 패션이 오늘을 위한 가장 완벽한 데님 스타일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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