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 이루는 식당’ 현실감 있는 판타지 소재에 “영상화 제격”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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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 어딨소]〈1〉드라마 ‘마녀식당으로 오세요’
2016년 발간 동명 장편소설, 티빙서 방영뒤 판매 4배 늘어
반응 좋아 시즌 2제작 검토

드라마 ‘마녀식당으로 오세요’에서 신비한 식당을 운영하는 마녀(송지효)는 각종 재료와 마법 향신료를 넣어 손님의 소망을 이뤄주는 음식을 만든다(왼쪽 사진). 원작 소설을 쓴 구상희 작가와 드라마 연출을 맡은 이수현 소재현 감독(오른쪽 사진 오른쪽부터)가 소설책과 드라마 대본집을 들고 있다. 티빙 제공·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드라마 ‘마녀식당으로 오세요’에서 신비한 식당을 운영하는 마녀(송지효)는 각종 재료와 마법 향신료를 넣어 손님의 소망을 이뤄주는 음식을 만든다(왼쪽 사진). 원작 소설을 쓴 구상희 작가와 드라마 연출을 맡은 이수현 소재현 감독(오른쪽 사진 오른쪽부터)가 소설책과 드라마 대본집을 들고 있다. 티빙 제공·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평범한 보건교사가 젤리와 싸우며 학생들을 구하는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을 보고 판타지 소설에 빠진 적이 있나요?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보고 서점으로 달려가 원작 소설을 산 경험은 없나요? ‘영감(靈感) 어딨소’는 원작과 이를 영상화한 작품을 함께 소개합니다. 이 원작이 왜 영상화됐는지, 그 과정에서 무엇이 바뀌었는지 살펴보며 작품을 보다 풍성하게 들여다봅니다.》




서울 한복판에 이상한 식당이 있다. 말할 줄 아는 마법식물 맨드레이크가 재잘재잘 식당 홀에서 떠든다. 주방 한쪽엔 빨주노초파남보 다양한 색의 마법 향신료가 가득 차 있다. 이 신비한 식당의 주인은 마녀. 그는 커다란 솥 안에 갖가지 재료를 넣고 기다란 국자를 휘익 젓는다. 핫초콜릿이나 토마토 수프 같은 서양식 식사만 만들까. 먹으면 힘이 번쩍 나는 영계백숙이나 엄마의 손맛이 느껴지는 김치콩나물죽처럼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는 음식도 판다. 물론 음식은 공짜가 아니다. 원혼에 시달리거나 희생을 감수할 각오가 돼 있는 손님만이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배가 부른 것은 물론이고 원하던 소망까지 이룰 수 있다.

지난달 16일부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을 통해 공개되고 있는 드라마 ‘마녀식당으로 오세요’의 내용이다. 공개 직후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 중 1위를 기록한 이 작품의 상상력이 어디서 왔을까 했더니 원작 소설이 있었다. 2016년 다산책방에서 출간된 동명의 장편소설은 드라마 공개 후 판매량이 4배 늘었다. 이 장편소설은 지식재산권(IP) 확대를 위해 교보문고가 열고 있는 스토리 공모전 제3회 당선작이다.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 티빙 사무실에서 원작자 구상희 작가와 연출을 맡은 소재현 이수현 감독을 만나 왜, 어떻게 이 소설을 드라마로 만들었는지 물었다.

소설 ‘마녀식당…’은 마녀식당이 배경인 판타지다. 최근 판타지 장르가 인기인 드라마 시장의 흐름에 딱 맞다. 동시에 ‘마녀식당…’은 현실과 멀지 않은 곳에 판타지를 구축했다. 주인공들은 한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거리를 걷다 환상의 세계인 마녀식당에 들어간다. 판타지 드라마가 유행하는 드라마 업계의 요구를 맞추면서도 컴퓨터그래픽(CG)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 이점이 있었던 것. 방대한 세계관으로 유명한 영국 판타지물 ‘반지의 제왕’처럼 CG로 모든 세계를 재창조할 필요가 없어 영상화 결정에 유리했다. 이 감독은 “드라마를 만들면 제작비 때문에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타협해야 한다. 이 작품은 정해진 시간 안에 구현 가능한 수준이었다”고 했다.

현실에 기반을 둔 판타지는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어내기도 쉽다. 영국 판타지물인 해리 포터에 독자들이 매료된 건 우리 주위 어디든 마법사가 있다고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평범한 아이였던 해리 포터가 런던 킹스크로스 역을 걷다 마법의 힘이 깃든 벽으로 다가가면 비밀의 승강장으로 들어가듯 시청자도 판타지 세계로 넘어가는 상상을 할 수 있다. 구 작가는 “누구나 언제든 마녀식당을 찾아갈 수 있듯이 현실 속에서 판타지가 일어날 때 ‘나도 소망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된다”고 말했다. 소 감독은 “종합선물세트 같아서 언제 어느 에피소드를 보더라도 바로 이해가 된다. 연애, 취업, 학교생활, 자식 걱정처럼 다양한 세대가 느낄 수 있는 고민이 녹아 있다”고 했다.

영상화 과정에서 소설과 달라진 점도 있다. 독자가 대개 순서대로 읽는 소설책과 달리 OTT는 시청자가 원하는 회차를 골라 본다. 소설에는 주요 인물이 천천히 등장하지만 드라마는 빠른 몰입을 원하는 시청자를 사로잡아야 하기에 초반 10분 안에 주요 인물을 모두 소개한다. 소설에서 인물들은 자신의 심리를 혼잣말로 표현하곤 하지만 드라마에선 감정을 대화로 보여준다. 마녀의 속마음을 드러내기 위해 비서인 ‘오 대표’를 새로 추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감독은 “학교폭력 피해자인 남자 주인공을 드라마에서는 학교폭력 피해자를 도와주는 인물로 바꿨다. 로맨스를 부각하려다 보니 남자 주인공을 멋져 보이게 할 필요가 있었다”고 했다.

전체 8화 가운데 6화까지 공개됐다. 이 감독은 “반응이 좋아 드라마 시즌2 제작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 작가도 “소설 ‘마녀식당으로 오세요 2’를 쓸 가능성도 없진 않다”며 웃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마녀식당#장편소설#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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