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서양 미술사, 살짝 비틀어보니 더 재미있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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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착한 미술사/허나영 지음/388쪽·1만8500원·타인의사유
◇미술관에 간 해부학자/이재호 지음/438쪽·2만 원·어바웃어북

미켈란젤로의 조각 ‘피에타’에서 예수의 오른쪽 팔을 살펴보면 잔근육과 실핏줄까지 생생히 표현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바웃어북 제공
미켈란젤로의 조각 ‘피에타’에서 예수의 오른쪽 팔을 살펴보면 잔근육과 실핏줄까지 생생히 표현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바웃어북 제공

서양미술에서 고대 그리스시대에는 신화 속 열두 신과 님프들이, 기독교가 지배한 중세시대에는 예수와 성모 마리아가 작품의 단골소재였다. 그런데 모든 미술작품이 이 공식에서 벗어나지 않았을까. 신들의 전쟁이 아닌 인간사회의 미시생활사를 담은 고대의 작품이나 영적 가치 대신 세속적 욕망에 초점을 맞춘 중세 그림은 없을까. 이에 대해 ‘다시 쓰는 착한 미술사’의 저자는 아니라고 말하며 “방향을 1도 틀었을 때 보이는 서양미술사는 훨씬 다채롭다”고 강조한다.

홍익대에서 미술학 박사를 취득한 저자는 신간에서 공식 바깥에 존재하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그에 따르면 고대 그리스인들은 신들 못지않게 실제 삶을 살다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한 묘비를 수없이 만들었다.

1870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고대인들의 무덤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이 중 형태가 온전하게 남아있는 기원전 410년경 제작된 ‘헤게소의 묘비’에는 주인 헤게소와 하녀가 실내에서 마주보고 있는 모습이 조각돼 있다. 어머니가 아테네 시민이어야만 자식도 시민권을 인정받은 당시 상황을 반영하듯 헤게소는 자신의 가문을 드러내는 보석을 손에 들고 있다.


세속적 가치를 경시했을 것 같은 중세 때도 남녀 간의 사랑을 그린 작품들은 그려졌다. 기사이자 기독교 성인(聖人)인 성 조지(?∼303)의 그림이 대표적이다. 전설에서 그는 북아프리카 리비아 왕국의 공주를 납치한 용을 무찌른 대가로 왕에게 기독교로 개종을 요구했다고 전해진다. 성인의 면모만큼이나 용맹한 기사로서의 모습이 화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불러일으켰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 화가인 파울로 우첼로(1397∼1475)는 1456년작 ‘성 조지와 용’에서 성 조지가 공주 앞에서 용을 무찌르는 장면을 로맨틱하게 그렸다.

미술 작품을 비틀어 보는 방법에는 또 어떤 게 있을까. 신간 ‘미술관에 간 해부학자’ 저자는 의사만큼이나 해부학 공부에 몰두한 서양미술 대가들이 작품 속에 숨겨 놓은 인체해부도에 주목한다.

저자에 따르면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는 30구가 넘는 시체를 직접 해부하며 인체를 탐구했다. 그가 남긴 1800여 점의 해부도는 현대 해부학자들을 놀라게 할 정도다.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1475∼1564) 역시 조각을 시작하기 전 시체를 해부하거나 나무로 모델을 만드는 등 철저한 사전연구를 진행했다. 미켈란젤로는 죽기 직전 완성된 작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스케치를 태워버렸다. 이에 따라 그가 해부학에 정통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그가 남긴 작품들은 그의 해박한 해부학 지식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미켈란젤로가 24세에 조각한 ‘피에타’에서 죽은 예수의 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몸 곳곳의 근육뿐 아니라 실핏줄까지 사실적으로 묘사했음을 알 수 있다.

휴가철 시원한 미술관에서 그림을 감상하며 피서하고 싶은 독자라면 두 책이 제안하는 ‘비틀어 보기’를 시도해보면 어떨까.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서양 미술사#비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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