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만나는 객석 플레이 없애… 아동공연 방역 ‘고삐’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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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4단계에 방역 안간힘
드로잉 체험극 ‘두들팝’ 공연 재개 “객석과 접촉 없게 배우동선 조정”
17일 개막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 국내 작품 온라인으로도 볼수 있어
관객 “어려운 때 공연 감사” 응원도

2021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에서 선보이는 캐나다 아동극 ‘아빠닭’은 ‘라테파파’처럼 아빠닭이 육아를 함께 하는 내용을 담았다.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제공
2021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에서 선보이는 캐나다 아동극 ‘아빠닭’은 ‘라테파파’처럼 아빠닭이 육아를 함께 하는 내용을 담았다.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제공
팬데믹으로 지난해부터 공연계가 침체된 상황에서 어린이 뮤지컬, 아동극 분야는 유독 더 힘든 보릿고개를 보내야 했다. 통상 부모, 자녀가 공연을 함께 관람하는데 학부모들이 공연장으로 쉽사리 발걸음하지 못했다.

제작사들은 올해 상반기부터 공연계가 차츰 정상화하면서 여름방학을 맞아 잇달아 공연을 열었다. 하지만 잠시 숨통이 트이려던 찰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조치가 시행되자 다시 가슴을 졸이고 있다. 배우, 관객 간의 교감과 상호작용이 핵심이지만 배우들의 동선은 최소화하고 공연 시간도 조금씩 줄이며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려 애쓰고 있다.

매직 드로잉 체험극 ‘두들팝’은 호기심 많은 두 주인공이 펜으로 무엇이든 표현하는 낙서의 세계로 관객을 초대한다. 브러쉬씨어터 제공
매직 드로잉 체험극 ‘두들팝’은 호기심 많은 두 주인공이 펜으로 무엇이든 표현하는 낙서의 세계로 관객을 초대한다. 브러쉬씨어터 제공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10일 개막한 매직드로잉 체험극 ‘두들팝’은 관객과 대면 접촉 가능성이 있는 장면은 모두 다 뺐다. 제작사인 브러쉬씨어터의 이길준 대표는 “어린이 공연은 관객 참여가 핵심이지만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 객석 사이를 배우가 오가는 동선도 없애니 공연 시간도 5분가량 줄었다”고 했다. 9월 5일까지 공연하는 이 작품은 가로 4m, 세로 2.1m의 거대한 그림판 위에 펼쳐지는 융복합 미디어 드로잉쇼다. 2018년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공연 후 세계 각지서 초청받을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낙서와 그리기에서 비롯되는 상상력을 모티브로 주인공의 모험을 표현한다.

서울 마포구 신한카드 FAN(판)스퀘어 라이브홀에서 1일 막을 올린 신작 뮤지컬 ‘장수탕 선녀님’도 상황은 비슷하다. 제작사 할리퀸크리에이션즈의 김민호 브랜드마케팅팀장은 “작품 속 인형이나 거품을 만드는 버블머신도 객석이 아니라 철저히 무대 안에서만 구현하도록 일부 이동 장면을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아동문학계 노벨상’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수상한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동네 목욕탕에 간 주인공이 냉탕에서 만난 할머니 선녀와 친구가 되는 이야기다.

공연을 마친 후 커튼콜 때 배우가 객석으로 내려가 관객과 만나는 ‘객석 플레이’도 모두 없앴다.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15일 개막하는 CJ ENM의 가족 뮤지컬 ‘신비아파트 시즌4: 비명동산의 초대장’이 그렇다. 동명의 원작 애니메이션을 각색한 이 공연은 팬데믹 전까지 평균 객석점유율 95%를 기록할 만큼 인기를 끌었다. 17일 시작하는 2021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는 당초 국내 공연 9편은 오프라인으로만 선보일 예정이었지만 온라인으로도 볼 수 있게 계획을 변경했다. 해외 공연 3편은 예정대로 온라인으로만 볼 수 있다.

어린이 공연은 다른 공연에 비해 공연일에 임박해 취소표가 급증하는 어려움도 안고 있다. 민지혜 CJ ENM 공연전시사업팀장은 “4단계 거리 두기가 발표되자 지난 주말에만 대거 취소표가 발생했다. 방역 지침은 물론 아동 관객의 컨디션에 따라 예매와 취소가 급박하게 결정된다. 모든 게 불확실해 그저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관객을 맞을 뿐이다”라고 했다.

수많은 어린이 공연이 사라졌지만, 작품별 마니아층은 보다 공고해졌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이길준 대표는 “다른 외부활동에 비해 공연 관람이 안전하다는 인식을 가진 분들이 생겨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작품의 경우 교육 목적으로 여러 차례 관람하는 관객이 늘었다. ‘어려운 시국에 공연해줘 정말 고맙다’는 응원을 받으며 팬데믹을 버텨내는 근육을 기르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코로나19#아동 공연#보릿고개#방역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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