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 뮤지컬 또 개막연기… 문제는 완성도?

김기윤 기자 입력 2021-06-29 03:00수정 2021-06-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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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비틀쥬스’(왼쪽 사진)는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장면이 많아 영상, 조명, 음향 기술을 긴밀히 연결해야 하는데 준비 부족으로 두 번이나 개막이 연기됐다. 한 차례 공연을 연기한 국내 창작 초연 뮤지컬 ‘박열’의 포스터. CJ ENM·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올해 상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꼽힌 뮤지컬 ‘비틀쥬스’가 최근 개막일을 두 번이나 연기했다. 당초 이달 18일 공연을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두 차례 연기한 끝에 다음 달 6일 첫 막을 올린다. CJ ENM은 “국내 초연작을 한국 상황에 맞게 각색하는 과정에서 여러 변수가 발생한다. 이에 대비해 준비 기간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주된 연기 사유는 장면 전환에 쓰는 자동화 장치 오류다.

다음 달 6일 개막 예정이던 국내 창작 초연 뮤지컬 ‘박열’도 14일로 개막일을 한 차례 미뤘다.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는 “완성도 높은 무대를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올해 3월에는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의 제작사 쇼노트가 예매된 일부 객석 표를 취소했다. 무대 구조 변경 및 배우 동선상 일부 좌석을 운영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쇼노트는 사과했지만 “공연 당일 취소를 통보받았다”며 항의하는 관객도 있었다.

여러 작품이 개막일을 미루거나 공연 진행에 차질을 빚으면서 공연계의 무리한 제작 관행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해외 라이선스 작품의 경우 팬데믹으로 인해 지난해 준비 과정에서부터 큰 차질을 빚게 된 점도 있다. 하지만 짧은 리허설 일정, 공연장 대관 기간에 끼워 맞춰 작품을 급하게 올리는 관행은 문제로 지적된다. 공연계 제작환경 전반을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연의 기술적 측면에 초점을 두고 조명, 음향, 무대 전환, 특수효과 등을 점검하는 전 과정인 ‘테크 리허설’ 기간을 짧게 두는 건 고질적인 문제다. 2, 3일 밤샘 작업을 거쳐 이를 급하게 마치는 공연도 많다. 해외 라이선스 작품은 통상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충분한 기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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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사는 공연 기간은 최대한 길게 확보하면서 대관료 부담은 줄이기 위해 실제 무대에서 합을 맞추는 과정은 최대한 짧게 잡는다. 장경진 공연칼럼니스트는 “이런 관행이 효율성은 좋을지 몰라도 안전성, 정교함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서는 기술적 문제를 보완하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프리뷰’ 기간을 둔다. 공연을 정식 오픈하지 않는 대신 저렴한 가격에 관객에게 티켓을 제공한다. 짧게는 1∼2주, 길게는 6개월까지 이어진다. 반면 국내에선 프리뷰 기간이 2, 3일 정도로 짧고 할인티켓을 판매하는 데 그친다. 이 때문에 개막 후 작품을 수정하고 보완하는 작업이 계속되는 경우가 잦다. ‘공연 기간이 끝날 때쯤 봐야 완성도가 높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온다.

지혜원 경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리허설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관행을 구조적으로 점검하고 개막 후 발생할 문제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짧은 공연 기간, 대관료 부담, 영세한 공연계 사정이 얽혀 국내에서는 프리뷰 기간을 운영하기 쉽지 않기에 위험할 정도로 빠듯하게 진행하는 제작 방식은 국내 공연업계의 고질적 문제가 됐다”며 “공연장이 함께 장기 공연을 기획하는 방식을 지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뮤지컬#개막연기#완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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