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와 논리성을 거부… 그게 매력이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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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배우-가수 1인3역 백현진
내달 3일까지 개인전 ‘말보다는’
회화 조각 음악 공연 등 60개 작품
“내가 하는 모든 일이 좋다”

3일 백현진 작가가 서울 종로구 삼청동 PKM 갤러리에서 열린 ‘말보다는’ 전시 언론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전시 제목은 예술작품을 통해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전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뉴시스
3일 백현진 작가가 서울 종로구 삼청동 PKM 갤러리에서 열린 ‘말보다는’ 전시 언론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전시 제목은 예술작품을 통해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전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뉴시스
추상화들 사이로 몽환적인 전자음악이 흘러나온다. 미처 치우지 못한 것처럼 전시장 한복판에 죽은 화초가 놓여 있다. 팸플릿의 QR코드는 작가가 나무 아래에서 연기하는 동영상을 보여준다. 대사도 전시의 일부가 된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PKM 갤러리에서 4일 열리는 백현진의 ‘말보다는’은 체계와 논리성을 거부하는 전시다. 회화, 조각, 음악, 공연, 대사 등 다방면에 걸쳐 60개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 준비에만 3년이 걸렸다.

백현진(49)은 화가이자 배우 겸 인디밴드 가수다.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모범택시’에서 위디스크 양진호 사건을 모티브로 한 박양진 역을 맡아 입소문을 탔다. 앞서 1994년 밴드 이날치를 이끄는 장영규와 함께 만든 ‘어어부 프로젝트 밴드’로 음악 활동을 했다. 이들의 곡은 김지운 감독의 영화 ‘반칙왕’과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에 사용됐다.

홍익대 조소과 출신인 그는 연기와 음악 활동을 하기 전부터 설치미술과 회화 등의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 왔다. 2017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로 선정됐다. 그는 “배우건 뮤지션이건 내가 하는 모든 일이 좋다”고 했다.

전시에는 어떠한 해설도 없다. “어떻게 끝날지 모르고 그린 그림”이라는 작가의 말이 시사하듯 의미를 굳이 해석하기보다 자유분방함을 느끼는 게 더 적절한 감상법인지 모르겠다. 그는 “작품 설명 글이 재미없고 감상에 되레 방해가 되는 것 같다”며 “관람객이 각자 보고 들리는 대로 감상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일체의 설명 글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별관 1층에 마련된 ‘생분해 가능한 것’ 그림 8점에는 생태계 보호의 의미가 담겼다. 쓰레기 매립 시 빨리 분해되는 종이에 그림을 그렸다. 그는 “지난해부터 코로나 시대를 통과하며 ‘자연의 일부인 내가 그림을 그릴 때 환경에 부담을 주는 물건들을 만들어내도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사라져가는 그림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7월 3일까지. 전시의 일환으로 19일에는 퍼포먼스가, 다음 달 3일에는 라이브 음악공연이 열린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백현진#개인전#말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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