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짧게, 더 빠르게… 요즘 애니메이션 10분도 길다

김기윤 기자 입력 2021-03-31 03:00수정 2021-03-31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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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등 쇼트폼 콘텐츠 인기몰이
투니버스 ‘마카앤로니’ 편당 4분… 픽사의 ‘윈드’ ‘플로트’도 8분
“스크린 벗어나 모바일 매체 대세, 빠른 편집이 주는 신선함 추구”
한국계 할머니와 손자를 소재로 픽사가 제작한 단편 애니메이션 ‘윈드’의 한 장면. 대사가 없는 논버벌 작품으로 한국계 미국인 에드윈 장이 제작했다. 픽사 제공
‘날아라 슈퍼보드’ 러닝타임 25분, ‘곰돌이 푸’ 25분, ‘포켓몬스터’ 20분. 요즘 애니메이션은 평균 5분?

애니메이션이 짧아지고 있다. 과거 편당 평균 20분을 넘기던 애니메이션은 웹영화, 웹드라마, 유튜브 등 ‘쇼트폼(Short-form)’ 콘텐츠 바람을 타고 짧게 변신 중이다.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잇따라 쇼트폼 영상 플랫폼을 선보이면서 애니메이션의 주 소비층이 점차 짧은 콘텐츠를 선호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CJ ENM 투니버스가 최근 내놓은 애니메이션 ‘마카앤로니’의 편당 길이는 4분 남짓. 각 회마다 독립적 서사를 갖춘 이 작품은 한 편이 유튜브 영상을 보듯 짧고 빠르게 지나간다. 천재 발명가와 그를 따르는 사고뭉치 조수의 발명 도전기를 담은 작품엔 리액션(반응) 외 별다른 대사가 없다. 등장인물이 슬랩스틱 코미디를 펼치는 작품이다. 22일 처음 전파를 탄 콘텐츠는 유튜브에서도 꾸준히 인기몰이 중이다.

‘마카앤로니’도 논버벌 슬랩스틱 코미디로 짧게 제작됐다. CJ ENM 투니버스 제공
청춘 공감 버라이어티 장르를 표방한 애니메이션 ‘된다! 뭐든!’ 역시 평균 4분 분량이다. 웹툰을 보는 듯한 작품은 ‘너튜브(NeoTube)’ 스타를 꿈꾸는 주인공 ‘된다’의 좌충우돌 일상을 유쾌하게 풀어냈다. 중고 거래부터 귀농 이야기까지 어린이와 성인이 모두 공감할 만한 에피소드로 구성됐다. TV 채널 방영 이전 OTT 플랫폼인 웨이브(wavve)를 통해 먼저 공개하는 전략을 택했다. 애니메이션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 라프텔(Laftel) 역시 웹툰을 기반으로 자체 제작한 쇼트폼 애니메이션 ‘슈퍼 시크릿’을 내놓았다. 편당 10분 안팎의 짧은 러닝타임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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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영화사 픽사는 단편선 시리즈 ‘Sparkshorts’를 선보이고 있다. 최근 큰 인기를 끈 두 작품 ‘윈드(Wind)’와 ‘플로트(Float)’는 모두 평균 8분짜리다. 각각 한국계, 필리핀계 주인공이 등장하는 작품은 유튜브에서 무료로 공개된 뒤 800만 회, 4600만 회의 조회수를 각각 기록하고 있다. 올 초 흥행한 영화 ‘소울’의 오프닝 애니메이션으로 주목받은 ‘토끼굴(Burrow)’과 한국계 에릭 오 감독의 ‘오페라’는 올해 아카데미상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후보에 오르며 인기와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2011년부터 평균 3분 분량의 짧고 강렬한 구성으로 인기를 끈 ‘라바’ 시리즈를 제외하고 쇼트폼 애니메이션은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한 분야다. 물론 1990년대 편당 25분을 훌쩍 넘기던 구성에 비해 현재 10∼15분 수준으로 짧아졌다고는 하나, 최근 이마저도 10분 이내로 줄어든 것. 매체 이용 환경 변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박석환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는 “TV, 극장 중심에서 스마트폰으로 주된 이용매체가 바뀌면서 제작사들도 스크린을 벗어난 유튜브용 쇼트폼 콘텐츠 제작에 점차 눈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애니메이션의 장르적 특성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우경민 마카앤로니 프로듀서는 “작품을 논버벌 슬랩스틱 포맷으로 제작한 이유도 짧은 시간에 특정 언어와 연령에 얽매이지 않고 콘텐츠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며 “제작 과정에서도 빠른 타이밍의 편집에서 오는 재미와 신선함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박석환 교수는 “향후 긴 서사보다 기술적 효과, 시청자의 놀람, 짧은 통찰을 주는 쇼트폼 애니메이션의 강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애니메이션#쇼트폼 콘텐츠#인기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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