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회 영랑시문학상에 ‘윤제림 시집’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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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히 스쳐갈 법한 일상-기억 무겁지 않게 시적으로 표현”
내달 30일 강진군에서 시상식

동아일보와 전남 강진군이 공동 주최하는 제18회 영랑시문학상 수상작으로 윤제림 시인(61·사진)의 시집 ‘편지에는 그냥 잘 지낸다고 쓴다’가 선정됐다. 본심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이근배, 최문자, 곽효환 시인은 최종 후보 5개 작품 중 윤 시인의 시집을 수상작으로 결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수상작은 인간다움과 상생(相生)에 대해 노래한 시집. 심사위원들은 “윤 시인은 무심히 스쳐 지나갔을 법한 일상과 기억, 농담, 작은 기사, 광고 전단지, 소소한 사물 등 주변의 다양한 것들을 무겁지 않고 천연덕스럽게 시로 만들어낸다”며 “고전적 미감과 세련된 페이소스로 미학적 개성을 발휘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그의 시에서 독서와 체험을 통한 독특한 미적 감각과 미사여구가 눈길을 끈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시 ‘푸른 꽃’의 일부 문구인 “열흘 싸움에 지친 꽃들이 피 흘리며 떨어져 눕고/상처만큼 푸른 꽃들이/함성을 지르며 일어선다/이제보니/꽃들의 싸움도 참으로/격하구나/장하구나”가 대표적. 한 심사위원은 “아름답고 쓸쓸한 미감과 서정성 그리고 윤 시인만의 시적 개성에 영랑시문학상이 값진 격려와 동행이 돼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윤 시인은 2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서너 해 전 꼭 이맘때 집이 화재로 전소되고 가족이 암 선고를 받고 어머니께서 돌아가시는 등 내게 잔혹했던 때가 있었다”며 “눈물 나는 상황에 바깥에 환히 핀 꽃을 보며 곧바로 생각난 건 영랑의 표현 ‘찬란한 슬픔의 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많은 문학상 중에서도 한 번쯤 타고 싶다고 생각한 상을 받게 돼 대단한 축복이라고 생각한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충북 제천에서 태어나 인천에서 자란 윤 시인은 동국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같은 학교 언론정보대학원에서 광고홍보학 석사를 마쳤다. 1983년 광고회사 오리콤에 입사한 후 10년 동안 독립 카피라이터로 활동하며 여러 대학에 출강했다. 2003년부턴 서울예술대 광고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시인으로는 1987년 문예중앙을 통해 등단했고 동국문학상, 불교문예작품상, 지훈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는 ‘삼천리호 자전거’ ‘미미의 집’ ‘황천반점’ ‘사랑을 놓치다’ ‘그는 걸어서 온다’ ‘새의 얼굴’ 등이 있다. 시상식은 다음 달 30일 오후 3시 전남 강진군 시문학파 기념관에서 열린다. 상금은 3000만 원.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영랑시문학상#윤제림#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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