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뭐 입지?]올 봄, 밀리터리 패션의 귀환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 입력 2021-03-26 03:00수정 2021-03-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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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치코트-카고팬츠-워커… 군복에서 유래한 패션 아이템
흔한 카키-네이비 컬러 대신, 베이지-화이트 등 선택하면
화사하고 산뜻한 분위기 연출
빈폴레이디스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
《클래식한 트렌치 코트와 수납력 좋은 아웃 포켓의 카고 팬츠, 발목까지 감싸는 레이스업 워커. 얼핏 밀리터리 매니아의 수집품 목록이 아닐까 싶지만 실은 눈여겨봐야 할 올 봄 패션의 핵심 아이템들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한 철 입고 유행이 돌아올 때까지 몇 년이고 옷장 한쪽에 보관해 둘 아이템이 아니라 사계절 내내 잘 활용할 수 있는 스테디 아이템이라 하는 것이 맞겠다.》

현대 남성복은 대부분이 군복에서 유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쟁 중의 극한 상황을 고려해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된 상품들은 종전 이후에도 극강의 기능성을 필요로 하는 아웃도어 웨어나 탐험복 등으로 활용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일상생활에서는 군복이 요구하는 수준의 기능성이 필요한 상황은 드물었지만, 검증된 기능성과 실용성에 힘입어 작업복 뿐 아니라 일상복으로도 널리 활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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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잘 알고 있는 트렌치코트만 해도 제 1차 세계대전 당시 군용 방수 코트로 개발된 외투로, 참호(塹壕)를 뜻하는 트렌치(Trench)라는 군사용어에서 그 이름이 유래됐다. 어깨의 견장이나 가슴부분에 덧댄 플랩, 벨트에 달린 D링 등 특유의 장식들은 총기류를 고정하거나 가슴을 보호하고 탄피를 수납하는 등 원래의 사양이 디자인 요소로 남은 것이다.

토마스 버버리(Thomas Burberry)가 개발한 발수 성능을 가진 개버딘 소재 역시도 전쟁이 요구한 기능성의 산물이다. 실제 전투복으로 입었던 아웃 포켓이 달린 카고 팬츠나 퍼티그 팬츠도 수납력을 극대화한 밀리터리 패션 아이템이다. 카고 팬츠의 애칭인 ‘건빵바지’는 포켓에 비상용 식량으로 건빵을 채우던 것에서 유래한 말로 실용성을 입증하는 한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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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택시 드라이버’에서 베트남전 참전군인 역할을 맡았던 로버트 드니로는 M-65 재킷이라 불리는 군용 필드 재킷을 대중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외에도 나일론 소재의 블루종 MA-1 점퍼, 6.25 전쟁 당시 실제 활용되었던 M-51 피시테일 파카 등 ‘야상’이라 불리는 군용 야전 상의, 적당한 편안함으로 널리 사랑받았던 트래디셔널 캐주얼을 상징하는 치노 팬츠 등은 모두 군복에서 유래돼 지금까지 사랑받는 아이템들이다. 남성복 슈트와 넥타이도 중세의 갑옷과 승리를 기원하던 붉은 크라바트를 원형으로 하는 밀리터리 패션이 아니던가.

패션은 필연적으로 ‘새로움’을 동반한다. 의복이 사회적 지위와 계급을 나타내기 위한 상류층의 전유물이었던 시대에도 패션은 끊임없이 타인과의 차별화를 위해 새로운 변화를 추구했다. 기능적이지만 획일적인 군복에서 유래한 밀리터리 패션에도 새로움을 부여하는 방법은 존재한다. ‘레플리카’라는 이름으로 원형 그대로를 고증, 재현하는데 의미를 두는 경우도 있으나 올 봄에는 좀 더 편안하게 컬러 톤을 조절하거나 길이나 핏을 조절하여 패셔너블하게 제안하는 상품들이 늘어났다. 어떻게 컬러를 조합할 지, 어떤 아이템과 함께 스타일링 할지를 고민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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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터리 아이템에 자주 활용되는 올리브 그린 컬러는 의외로 다양한 계열의 컬러와 잘 어울린다. 네이비와는 클래식하게 어울리고 데님과도 궁합이 좋다. 오리지널 야상의 컬러보다 마일드한 그린 컬러는 화이트 컬러와도 잘 어울리니 따뜻한 계절에는 산뜻하게 제안된 야상 재킷과 화이트 데님, 화이트 탑을 함께 코디해보는 것도 좋겠다.

실용성을 생각해 블랙이나 네이비로 택했던 트렌치코트는 밝고 가벼운 컬러를 골라볼 것을 권한다. 밝은 베이지 컬러의 트렌치코트는 좀 더 가벼운 느낌으로 같은 계열의 치노 팬츠, 화이트 셔츠와 함께 코디해도 좋다. 여성복에서는 터프한 야상이나 워커를 대체로 여성스러운 원피스와 매치하곤 했으나 올 봄에는 전형적인 코디 대신에 야상 재킷과 같은 소재, 컬러로 맞춘 심플한 스커트 세트를 제안한다. 트렌치코트를 짧게 잘라낸 변형 트렌치 재킷은 착용 가능한 기간이 길어져 활용하기가 더 좋다. 퍼티그 팬츠와 커버올 재킷은 함께 매칭하여 슈트를 대신 할 수 있다. 카키 대신 화이트나 샌드 베이지, 라일락 등의 가벼운 컬러로 제안되는 퍼티그 세트는 세련된 봄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으며 다른 아이템들과 믹스해서 입기도 좋으니 쇼핑 목록에 꼭 올려 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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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은 늘 사회와 역사를 반영해 왔다. 모두를 위한 디자인, 포용성과 지속가능성을 말하는 시대에 누구에게나 입혀질 수 있는 기능성을 갖춘 밀리터리 패션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처음부터 기능성을 목적으로 개발된 밀리터리 패션은 옷을 기능성을 갖춘 도구의 하나로 바라보고자 하는 시선들이 많아지고 있는 지금, 어쩌면 가장 적절한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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