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사람마다 ‘아픔’도 다르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동행/최윤 지음/366쪽·1만4000원·문학과지성사

열두 살밖에 되지 않은 아들이 어느 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아무도 짐작조차 하지 못했던 죽음. 부부는 그 비극이 일어난 시점까지 모든 일을 세밀히 복기하고 주변을 뒤지며 죽음의 원인을 찾아내려 하지만 ‘도대체 왜?’라는 질문의 답을 찾을 수 없다. 남편은 하루아침에 머리가 세어버리고 ‘나’의 일상 역시 달라져버린다. 아들을 잃은 아픔에서 회복되지 못한 이들에게 평범한 하루하루가 계속되는 것은 더 견디기 힘든 일처럼 보인다. 어떤 의미의 인위적 응징과 책임이라도 원하는 것처럼 보인다.(‘동행’)

최윤은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 등 역사와 시대 갈등을 다룬 작품을 주로 써온 작가. 이번 신작 소설집은 전작과 달리 표제작에서처럼 일상에서 겪는 각기 다른 모습의 아픔에 초점을 맞췄다.

‘서울 퍼즐’은 동생을 잃은 형의 이야기다. 경주용 자전거를 타고 강변길을 끝없이 내달리는 새로운 습관과 동생의 죽음 이후 시작된 치통은 모두 이해할 수 없는 상실에서 시작된 균열이다.

올해 이효석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소유의 문법’은 자폐증 딸을 둔 주인공이 은사의 배려로 시골의 전원주택에 들어가 살며 겪게 된 이야기다. 목공일을 하며 평범하게 사는 그에게 계곡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그 마을은 꿈만 같다. 하지만 그는 점차 마을사람들의 비뚤어진 심미안과 탐욕을 알아 나간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동행#최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