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섹남’ 방송인 타일러가 환경운동가로 변신한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4일 16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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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인터뷰하는 타일러 라쉬. 최근 환경 관련 책 ‘두 번째 지구는 없다’를 펴낸 그는 
“국제산림관리협의회(FSC) 인증을 받은 종이로 책을 인쇄했다”며 “처음엔 출판사 대부분이 거절했는데 막상 해보니 되더라. 앞으로
 이런 시도가 계속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철민기자 acm08@donga.com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인터뷰하는 타일러 라쉬. 최근 환경 관련 책 ‘두 번째 지구는 없다’를 펴낸 그는 “국제산림관리협의회(FSC) 인증을 받은 종이로 책을 인쇄했다”며 “처음엔 출판사 대부분이 거절했는데 막상 해보니 되더라. 앞으로 이런 시도가 계속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철민기자 acm08@donga.com
“한국인 스스로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에 한국은 작은 나라’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명백한 착각이에요. 한국 대기업이나 BTS의 세계적 영향력이 어마어마하게 크잖아요.”

기후변화를 이야기하는 내내 방송인 타일러 라쉬(32)의 커다란 눈이 더욱 크고 동그래졌다. 환경오염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고 한시라도 빨리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TV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머리 좋고 똑똑한 남자)’, ‘한국어를 비롯한 8개 국어 능통자’로 알려진 그는 왜 ‘갑자기’ 환경문제에 목소리를 내기로 마음먹었을까. 최근 책 ‘두 번째 지구는 없다’를 펴낸 그를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이 책도 ‘물론’ 한글로 썼다.

면적의 75%가 숲으로 둘러싸인 미국 동북부 버몬트 주에서 야생 곰, 말코손바닥사슴 등을 보며 자란 타일러는 자연스럽게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버몬트 주는 20세기 초부터 환경 관련 기구를 만들고 100% 재생에너지로 돌아가는 도시를 계획하는 등 환경 이슈에 앞장섰다”고 했다.

체질이 연약해 동물 털이나 각종 과일, 꽃가루 등 많은 알레르기 반응에 시달리며 병원 생활을 오래했지만,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와 강아지조차 만질 수 없다는 슬픔이 오히려 동물과 자연에 대한 동경을 품게 했다고 한다.

이런 어린시절 경험이 타일러를 WWF(세계자연기금) 홍보대사로까지 이끌었다. WWF는 태국 코끼리, 중국 판다 같은 멸종위기종 동물의 서식지를 보호하는 일 등을 한다. 타일러는 “방송활동을 하면서 지인의 소개로 WWF 한국지사 관계자와 연이 닿았다”며 “멸종위기종인 두루미를 보기 위해 강원 철원군에 다녀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두루미는 500원짜리 동전에도 새겨져 있어서 한국에서는 상징성 있는 동물입니다. 코끼리나 판다처럼 WWF 보호대상에 지정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타일러는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멀리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지구온난화의 장본인인 탄소 배출을 줄이려면 기업 등이 탄소를 덜 배출하도록 소비자들이 똑똑해져야 한다는 것. 그는 “한국 글로벌 기업이 바뀌면 세계시장에도 당연히 영향력을 미친다”며 “한국 소비자가 친환경 제품에 관심을 가지면 전 세계도 변한다. 한국이 중국이나 일본보다 영토가 작다고 영향력이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물건을 살 때 FSC(국제산림관리협의회), MSC(해양관리협의회) 인증 마크를 확인하는 습관만 길러도 기업이 충분히 달라질 거예요.”

그는 “소비자들은 기업을 향해 ‘정보를 알려 달라’고 소리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식품에 칼로리를 표기하듯 일종의 탄소 배출지수를 공개하는 등 기업이 더 노력하도록 소비자가 움직여야 한다는 의미다. 타일러는 “기후변화는 결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은 신종 전염병을 유발하는 등 우리 삶에 직접 영향을 줄 것”이라며 “다음 세대도 아닌,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최고야기자 be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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