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 뿡뿡 코끼리-데굴데굴 집에 아이들 깔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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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의태어로 가득한 그림책
‘구름똥’ ‘코끼리 방귀’ 작가 탁소
아이들이 사랑하는 똥-방귀 소재… 동물캐릭터로 동작-소리 표현
알록달록 원색그림 곁들여 인기

자신의 그림책과 함께한 탁소 작가는 “똥 구름 공룡을 좋아한다. ‘바나나킹’ 다음에 낼 책에는 공룡이 나온다”고 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자신의 그림책과 함께한 탁소 작가는 “똥 구름 공룡을 좋아한다. ‘바나나킹’ 다음에 낼 책에는 공룡이 나온다”고 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어젯밤 몇 번이고 책을 읽어달라던 18개월 딸아이가 오늘 아침 비 내리는 창밖을 보며 ‘주룩주룩’이라고 말해 너무 놀라웠어요.”

“아이가 엄청 빠져서 율동과 노래도 하며 재미있게 봤어요.”

의성어와 의태어로 가득한 그림책 ‘구름똥’ ‘코끼리 방귀’ ‘데굴데굴 집’을 본 독자들이 온라인 서점에 올린 글이다. 책을 보다가 신나게 춤추는 아이의 사진을 첨부하기도 했다. 꼬마싱긋 출판사는 ‘구름똥’이 출간된 지 3개월여 만에 4000권 넘게 판매됐고, ‘코끼리 방귀’의 판매량은 2개월여 만에 1500권이 넘었다고 밝혔다. 그림책으로는 판매 속도가 빠르고 판매량도 많은 편이다.

탁소 작가(48)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8일 만났다. 광고회사 크리에이티브 본부장인 그의 본명은 김홍종. 안동이 고향인 그는 경상도 말씨로 “독자들의 피드백을 받을 때마다 뭉클하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그러더니 곧 출간할 ‘바나나킹’의 표지를 보여주며 물었다. “30초 안에 설명해드릴까요?”

서울산업대(현 서울과학기술대) 금속공예과를 졸업한 그는 국내 대형 광고회사에 취직했다. 작가를 꿈꿨던 그는 2008년 사표를 내고 3년간 일러스트책, 글씨로 메시지와 감성을 전하는 타이포아트, 그림책 작업을 했다. ‘구름똥’ ‘코끼리 방귀’도 당시 작업한 책들이다.

“아이들이 의성어와 의태어를 좋아하는 걸 보고 수백 개를 취합했어요. 이런 동작을 하고 소리를 내는 건 동물이 많다 보니 동물 캐릭터를 등장시켰죠. 똥과 방귀는 아이들이 영원히 사랑하는 소재고요.”(웃음)

작품 한 권에는 ‘뱅글뱅글’ ‘폴짝폴짝’ 등 의성어와 의태어가 20∼30개 들어간다. 캐릭터들은 서로를 도와준다. ‘구름똥’은 세찬 바람 때문에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진 구름 이야기다. 먼지가 묻은 구름은 흙색으로 변해 외면당하는데, 개구리가 ‘으라차차’ 뒷발로 힘껏 찬 덕분에 하늘로 ‘휘리릭’ 올라간다. 날이 더워져 개구리가 힘들어하자 구름은 시원하게 비를 내려 준다. 독자들은 ‘선한 상상력으로 기분 좋은 책’ ‘편견 없이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책’이라고 평했다.

“지하철, 버스를 타고 출퇴근할 때 아이디어가 많이 떠올라요. 지금도 그림책 아이디어가 100개 정도 있어요.”

업무 강도가 높은 광고계로 돌아왔지만 과거에 작업을 해 놓았기에 출간이 가능했다. 초등학교 2학년인 딸이 조언도 많이 해준다.

“해봄이가 ‘아빠, ‘출렁출렁’보다는 ‘촐랑촐랑’이 더 잘 어울려’라고 콕 찍어서 말해줘요. 진짜 그 말이 맞더라고요.”

‘코끼리 방귀’에서 코끼리가 낭떠러지에 코로 다리를 만들어주자 동물들은 차례로 코를 잡고 건넌다. ‘원숭이는 곡예를 부리며 밑으로 촐랑촐랑∼’(왼쪽 사진). ‘구름똥’에서 개구리가 구름을 하늘로 보내주는 장면. ‘개구리는 으라차차 하며 구름을 뒷발로 힘껏 차서 하늘로 휘리릭 날려보냈습니다.’ 꼬마싱긋 제공 ⓒ탁소
‘코끼리 방귀’에서 코끼리가 낭떠러지에 코로 다리를 만들어주자 동물들은 차례로 코를 잡고 건넌다. ‘원숭이는 곡예를 부리며 밑으로 촐랑촐랑∼’(왼쪽 사진). ‘구름똥’에서 개구리가 구름을 하늘로 보내주는 장면. ‘개구리는 으라차차 하며 구름을 뒷발로 힘껏 차서 하늘로 휘리릭 날려보냈습니다.’ 꼬마싱긋 제공 ⓒ탁소
그의 책은 쨍한 원색의 선명한 그림도 눈길을 끈다.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아야 하는 광고의 특성이 그림책으로도 이어진 걸까. 그는 금연 광고로 대한민국공익광고제 대상을 받았고 뉴욕페스티벌, 런던 인터내셔널 어워즈에서도 수상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보게 만들까 늘 고민해요. 아이들은 알록달록한 그림에 집중하는 것 같아 채도를 높였어요. 캐릭터의 눈을 크고 또렷하게 그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고요.”

탁소는 20대 때 쓰던 필명 ‘세탁소’에서 왔다.

“세탁한 옷의 뽀송뽀송한 느낌을 좋아해서 창작물을 통해 뽀송한 기분을 전하고 싶었어요. 나이가 드니 너무 직설적인 것 같아 ‘세’ 자는 뺐어요.”(웃음)

그는 그림책 작업에서 활력을 얻는다고 했다.

“회화를 전공한 분들에 비하면 저는 그림을 잘 못 그려요. 그만큼 아이디어로 승부를 봐야죠. 목표는 그림책 100권 만들기예요. 할아버지가 돼도 재미있는 그림책을 만드는 꿈을 꿉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탁소 작가#의성어#의태어#그림책#구름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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