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 질문에 저자들이 찾은 해답은…

김갑식문화전문기자 입력 2020-05-29 16:27수정 2020-05-2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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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영의 역설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외 2인 지음·이경식 옮김
472쪽·1만9800원·부키

파괴적 혁신 이론의 창시자이자 21세기 가장 위대한 경영사상가의 한 명으로 꼽히는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의 지난해 출간된 마지막 저작이다. 암 투병 중에도 활발하게 활동하던 그는 올 1월 23일 합병증인 백혈병으로 타계했다. 그의 제자인 에포사 오조모와 하버드비즈니스리뷰 편집자를 지낸 캐런 딜런이 공저자로 참여했다. 원제 ‘The Prosperity Paradox’.

크리스텐슨이 평생 숙제로 여긴 질문은 ‘왜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였다. 그는 서문에서 “어째서 어떤 나라는 번영의 길을 찾는데 다른 나라는 여전히 가난의 질곡에서 헤어나지 못할까”라고 묻는다.

저자들이 찾은 해답은 ‘시장 창출 혁신(market-creating innovation)’이다. 이는 혁신 하면 흔히 떠올리는 첨단 기술이나 뛰어난 제품을 의미하지 않는다. 어떤 조직이 노동 자본 원재료 그리고 정보를 한층 더 높은 가치의 재화와 서비스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근본적 변화다.

책은 ‘시장 창조 혁신의 힘’ ‘혁신은 어떻게 번영을 창조하는가’ ‘번영의 장벽 극복하기’ ‘어떻게 성공할 것인가’ 등 4부로 구성돼 있다. 크리스텐슨의 ‘혁신 교과서’에는 새로운 개념들이 자주 등장하지만 풍부한 사례를 나침반 삼는다면 독서의 항해는 순조롭다.


#1990년대 말 모 이브라힘이 아프리카에 이동통신회사를 세우겠다고 나섰다. ‘하루 세 끼조차 사치일 수 있는 곳에서 휴대전화가 가능할까’ ‘존재하지도 않는 시장을 위해 인프라에 투자하는 것 아닌가’ 같은 의문이 이어졌다. 하지만 가난뿐 아니라 ‘기회’를 본 이브라힘의 눈은 달랐다. “어머니에게 소식을 전하려면 7일을 꼬박 걸어가야 한다. 어떤 기기 하나로 이게 가능하면 그 가치는 얼마일까? 얼마나 많은 돈과 시간이 절약될까?” 1998년 셀텔을 창업한 그는 6년 만에 아프리카 13개국에서 고객 530만 명을 확보했다. 좀 오래된 기록이지만 2005년 셀텔의 가치는 34억 달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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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저자인 오조모의 실화다. 그는 오전 3시에 일어나 땔감을 모아 장터에 팔고 물을 길어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에티오피아의 10세 소녀 아마레치 이야기를 접한 뒤 비영리단체 ‘가난은 이제 그만’을 설립했다. 그는 모금한 돈으로 고국 나이지리아에 우물 5곳을 만들었다. 6개월 뒤 우물에서 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전화를 받았다. 지금은 1곳만 정상 운영되고 있다.


저자들은 혁신의 토양을 만들기 위해 먼저 인프라와 제도를 구축하고 부패를 척결해야 한다는 접근법에 반대한다. 셀텔 사례처럼 시장 창출 혁신이야말로 일자리와 수익, 사회의 문화를 바꿀 잠재력을 낳을 수 있고 새로운 성장엔진의 씨앗을 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예수그리스도 후기성도교회(모르몬교) 신자인 크리스텐슨은 1971~73년 춘천과 부산에서 ‘구창선’으로 불리며 선교 활동을 했다. 한국이 이룬 기적에 대한 자부심, 그럼에도 한국인은 행복한가에 대한 우려가 책에 여러 차례 언급된다.

그는 암과 싸우면서 자신의 이론을 인생에 투영하려고 노력했다. 2012년 ‘당신의 삶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라는 책에서는 “신이 내 인생을 평가하는 지표는 ‘달러’가 아니라 내가 접촉한 사람들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아마레치 같은 세계의 아이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자격이 있는 아이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는 크리스텐슨. 이 책은 아름다운 인생을 산 그의 마지막 선물이 아닐까 싶다.

김갑식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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