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소개 큐레이터 역할 하고 싶어… 해외 뮤지션 한국 매니지먼트 지원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페이스북 본사에 음악 제작-공급하는 크래프트앤준 김백준 대표

10일 만난 김백준 크래프트앤준 대표는 “케이팝도, 인디 음악도 다양성이 부족하다고 본다. 대중에게 다양한 음악적 경험을 전하고 싶어 이 일을 시작한 만큼 건강하고 꾸준하게 성장하고 싶다”고 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10일 만난 김백준 크래프트앤준 대표는 “케이팝도, 인디 음악도 다양성이 부족하다고 본다. 대중에게 다양한 음악적 경험을 전하고 싶어 이 일을 시작한 만큼 건강하고 꾸준하게 성장하고 싶다”고 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페이스북을 통해 세계 음악가들과 협업하는 재미있는 그림을 상상하고 있습니다.”

음악 레이블 ‘크래프트앤준’이 한국에서 처음으로 페이스북 본사에 음악을 공급한다. 서울 마포구 크래프트앤준 사옥에서 10일 만난 김백준 대표(32)는 “계약을 맺고 지난해부터 공급을 시작했는데 본사와 논의 끝에 이제야 밝힐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회사 소속은 물론이고 한국의 다양한 음악가를 소개하는 일종의 큐레이터 역할을 해나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크래프트앤준이 기여하고 있는 서비스는 ‘페이스북 사운드 컬렉션’이다. 자신만의 사진과 동영상 콘텐츠를 만들려는 사용자들이라면 누구나 컬렉션 사이트에 접속해 거기 있는 음악을 내려받아 쓸 수 있다. 페이스북이 제공하는 일종의 무료 음악 재료 창고인 셈. 이를 위해 페이스북은 약 2년 전부터 세계의 음악가들과 협약을 맺었다. 그러나 아예 레이블과 통째로 계약해 여러 곡을 정기적으로 납품받는 경우는 드물다.

한국에서도 크래프트앤준은 예민한 취향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뜨겁게 떠오르는 곳이다. 김현철의 ‘오랜만에’를 리메이크해 화제가 된 죠지, 한국대중음악상을 2년 연속 받은 제이클레프를 비롯해 김아일, 콕재즈, 스윔래빗, 이안캐시, 다희가 이 회사에 있다.

김 대표 역시 음악가 출신. 2008년부터 ‘준백’이란 예명으로 그룹 ‘아이앤아이 장단’ ‘윈디시티’의 멤버, ‘소울 스테디 락커스’의 리더로 활약했다. 재즈 피아니스트, 힙합 프로듀서이기도 하다. 다이나믹 듀오, 넉살의 곡도 만들어줬다. 2014년 크래프트앤준을 세우고 김반장, 서사무엘, 로바이페퍼스의 음반을 제작하며 기반을 다졌다.

“기술을 뜻하는 크래프트(craft)와 제 이름의 준을 합쳐 회사명을 지었어요. 장인정신과 휴머니즘의 집합체를 꿈꿨죠.”

김 대표가 지향하는 음악은 ‘얼터너티브 팝’이다.

“흔히 생각하는 팝(대중음악)의 어법을 따르지 않으면서도 대중을 만족시킬 수 있는 음악입니다.”

그는 “화려한 겉모습보다 기반을 제대로 다지는 것이 한국 음악계의 과제”라고 했다.

“‘걔 내가 키웠어’란 말이 대변하는 한국 특유의 연예 매니지먼트 개념도 문제입니다. 일종의 카르텔과 다를 바 없죠.”

크래프트앤준은 최근 유럽 시장과 연결고리를 만들었다. 소속 아티스트와 유럽 밴드가 합작한 곡을 다음 달 초 발매한다.

“해외 아티스트의 한국 매니지먼트도 돕고 싶습니다. 크래프트앤준 컴필레이션 앨범과 페스티벌도 하반기에 선보일 것입니다. 주류 케이팝이 아닌 다른 음악도 살아남아야죠. ‘근근이’가 아니라 ‘잘’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크래프트앤준#김백준#페이스북#사운드 컬렉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