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 셔츠 가볍게 툭… 봄, 널 기다렸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이번 달 뭐 입지?│
종이처럼 가볍게 가공한 ‘서머 레더’… 여름용 셔츠나 원피스로 활용 좋아
인조 스웨이드 재킷에 얇은 가죽 팬츠… 산뜻한 봄에 어울리는 가죽 아이템

갤럭시 제공
갤럭시 제공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

4월을 앞두고도 꽃샘 추위와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얼어붙은 경기 탓에 몸과 마음이 추운 때다. 지난 겨우내 입었던 겨울 외투에는 더 이상 손이 가지 않고, 평년 기온을 밑도는 기온에 재킷 차림으로만 나서기는 망설여지는 이때, 가볍고 산뜻한 봄에 어울리는 차림으로 가죽 소재 아이템을 추천한다.

입을 수 있는 기간이 짧다는 선입견이 무색할 만큼, 잘 고른 가죽 아이템은 오래 옷장에 두고 사시사철 유용하게 입을 수 있다.

가죽 소재가 변화하고 있다. 무겁고 두꺼운 물성을 개선하는 기술이 혁신적으로 개발되면서 봄, 가을 환절기에 짧게 입고 다시 옷장행이었던 가죽 소재 아이템이 여러 시즌 내내 두루 입을 수 있는 시즌리스 아이템으로 변모하고 있다. 그동안 외투나 재킷으로 주로 사용되던 제한적인 범위에서 벗어나, 이제는 셔츠와 팬츠, 짧은 쇼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아이템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가죽 소재가 범용으로 사용된 데에는 물리적인 가공 기술도 한몫 했다. 다소 무거운 중량감의 가죽 원피를 마치 종이처럼 가볍게 만들어주는 기술력으로 여름용 셔츠나 원피스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서머(Summer) 레더가 개발된 것이다. 압축과 본딩을 통해 강한 내구성과 생활 기능성을 갖추어 개버딘(Gaberdine·올을 단단하고 조밀하게 짠 옷감) 트렌치 코트를 대체하는 가볍고 실용적인 환절기 대응 코트도 만들 수 있게 됐다. 여기에 가죽 소재의 발색 기술 개선과 산뜻한 봄 분위기를 내는 파스텔 컬러의 세밀한 구현까지 가능해지면서 새로운 출발을 예고하는 봄에 어울리는 아이템으로 추천되고 있다.

그간 패션계에서 지속가능성이 이슈화되면서 모피나 가죽 소재에 비난의 목소리가 커져왔던 것도 사실이다. 생산 과정의 윤리성이 패션 소비의 또 다른 기준이 되면서 모피나 가죽 이용이 줄어들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소재 개발 기술의 현격한 발전에 힘입어 천연 가죽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외관의 인조가죽 소재가 합리적인 가격, 손쉬운 관리법 등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과거 가짜 가죽 취급을 받으며 ‘레자’라고 불리던 것에서 테크니컬 레더, 비건 레더 등으로 불리며 위상이 높아졌다. 가죽 느낌을 강조하는 트렌드와 맞물려 가죽 소재는 천연인지 인조인지에 관계없이 올해 폭넓은 사용 범위를 자랑하며 사랑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봄, 가죽 소재의 아우터를 고른다면 이미 한 벌쯤은 갖고 있을 블루종이나 라이더 재킷 등의 클래식한 아이템 대신 칼라(Collar)가 있는 집업 스타일을 권해본다. 예년에 비해 무게감도 줄어 경량감을 강조하는 상품들도 많이 출시되고 있다. 늘 보던 블랙이나 브라운 대신 산뜻하고 가벼운 느낌의 파스텔 컬러를 추천한다

옅은 컬러를 소화할 자신이 없다면 짙은 그레이나, 네이비 컬러에 도전해보길 권한다. 빈티지한 매력도 있으면서 깔끔한 지퍼 디테일의 재킷은 테이퍼드 팬츠와 스웨터, 재킷과 소재를 맞춘 로퍼를 선택해 단정하고 심플한 느낌으로 입을 수 있다. 올리브 그린 컬러의 퍼티그(Fatigue·군복에서 영감 받은 캐주얼 스타일) 팬츠와 맨투맨 티셔츠와 함께 입는다면 캐주얼한 맛을 살릴 수도 있다.

잘 재단된 테일러링에 초점을 둔 싱글 브레스트의 스웨이드 재킷도 추천 아이템 중 하나다. 스웨이드는 관리가 어렵고 까다로운 소재로 생각하기 쉽지만, 최근에는 비를 맞아도 얼룩이 생기지 않고 오염에도 강한 물성을 자랑하는 친환경적인 인조 스웨이드 소재도 늘고 있다. 천연 가죽이나 스웨이드의 재킷을 착용했을 때 생기는 자연스러운 주름이나 색의 변화를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아이템으로 만들어지는 스토리로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클래식한 브라운 컬러 스웨이드 재킷은 두고두고 질리지 않게 입을 수 있고 베이지 계열 컬러와 고급스러운 느낌으로 잘 어울린다. 색감 있는 와인, 그린 등의 울 팬츠와 함께 멋스럽게 연출해도 좋고, 날씨가 좀 더 풀리면 에크루 데님 팬츠와 코디해보는 것도 좋다. 가볍게 가공된 테크니컬 레더는 팬츠로도 적극 활용된다. 발목이 조여지는 조거 스타일의 레더 팬츠는 캐주얼하게 연출하기 좋은 아이템으로 조금 여유 있는 실루엣으로 입는 것을 추천한다. 다소 긴 기장의 여유 있는 레더 셔츠는 레더 팬츠와 함께 입어 셋업 느낌을 낼 수도 있고 가볍게 걸쳐 입는 아우터로도 활용 가능하다. 뉴트럴한 그레이, 라이트 스카이 블루 등의 옅은 컬러감은 도시적인 느낌을 준다.

성큼 다가오고 있는 봄날에는 이렇듯 새로운 레더 아이템의 매력을 한 번쯤 느껴보길 바란다. 지금까지 가졌던 가죽 아이템에 대한 선입견을 내려놓는다면 개인적 역사를 오롯이 담은 ‘최애’ 아이템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
#스타일매거진q#스타일#트랜드#이번달 뭐 입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