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 “20세기는 한국과 전세계에 상처를 남긴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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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9월 29일 07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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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진은영(왼쪽)과 소설가 한강이 지난 27일(현지시간) 예테보리국제도서전에서 열린 ‘사회역사적 트라우마’ 세미나에서 대담을 진행 중인 모습. © 뉴스1
시인 진은영(왼쪽)과 소설가 한강이 지난 27일(현지시간) 예테보리국제도서전에서 열린 ‘사회역사적 트라우마’ 세미나에서 대담을 진행 중인 모습. © 뉴스1
“20세기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많은 상처를 남긴 시간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6·25 전쟁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이 있었죠.”

소설가 한강은 지난 27일(현지시간) 스웨덴 전시·회의센터에서 열린 예테보리국제도서전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세미나는 ‘사회역사적 트라우마’를 주제로 한강 작가, 진은영 시인, 스웨덴 시인과 저널리스트가 대담을 진행했다. 이 대담을 듣기 위해 120석 규모 유료좌석이 꽉 찼다.

한강과 진은영은 광주민주화운동, 용산참사, 세월호 참사 등 한국 현대사에 아픔으로 남은 사건 등을 배경으로 작품을 썼다. 두 작가는 대담 과정에서 이들 사건이 정치적이면서도 한 개인에게 발생한 가슴 아픈 일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런 관점은 두 작가 작품에도 고스란히 녹아있다.

한강은 “소설 소년이 운다는 이전까지 썼던 소설과 달리 역사적인 사건을 다뤄 큰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광주가 고향인) 저에게는 개인적인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채식주의자도 마치 한 여자의 작은 이야기인 것처럼 보이지만 정치적인 것으로 생각한다”며 “애초에 우리는 정치적인 것과 개인적인 것을 분리하지 못하는 삶을 산다”고 덧붙였다.

진은영은 “처음에는 현실로부터 도피하는 식으로 시를 썼다”며 “그러나 2009년(용산참사) 이후 거리나 광장으로 제가 붙들려 나오면서 그 경험을 시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그는 “꼭 정치적인 사건을 호명하지 않아도 안전하다고 믿었던 하얗고 부드러운 종이 안에는 수많은 노동자와 사람들의 고통, 노동 현실이 들어가 있었다”고 담담히 말했다.

한강과 진은영은 사회정치와 개인이 결합하는 현상을 자신의 작품에 빗대 설명하기도 했다.

한강은 “1980년 5월, 더 가깝게는 2014년 봄 비극적인 세월호 사건 때도 애도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던 상황이라 그런 의미를 담아 (흰을) 썼다”고 덧붙였다.

진은영은 “세월호 유가족이 아이 생일이 다가오면 큰 슬픔을 느낀다는 말을 들었고, 아이 목소리로 가족에게 안부를 전하는 시를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며 “안산 단원고등학교 2학년 3반 여학생 유예은의 10월15일 생일 시를 썼다”고 말했다.

그는 “(화자가) 17세 소녀이고 같은 반 친구 26명과 함께 수장된 아이인데, 저는 마흔넷이고, 아이가 없고, 그래서 시를 쓰는데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이어 “아우슈비츠 이후 시를 쓴다는 건 야만적인 일이라는 말이 있는데, 소박하고 단순하지만 문학으로 연대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예테보리=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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