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에서 벗어나게 해준 사업, 기적처럼 낳은 아이…, 늘 감사하며 나누는 삶을 살고 싶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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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m Heart
전 세계 고아 40명 후원하는 가방 브랜드 토브 대표 정주은

서울 한남동에 있는 한국컴패션 사옥에서. 컴패션의 12개 후원국과 25개 수혜국이 표시돼 있는 세계지도 앞에 선 정주은 대표.
서울 한남동에 있는 한국컴패션 사옥에서. 컴패션의 12개 후원국과 25개 수혜국이 표시돼 있는 세계지도 앞에 선 정주은 대표.
“2007년 당시 통장 잔액이 0원이었어요. 어느 날 배가 고파 식당 문 앞까지 갔다가 돌아선 적도 있죠.”

가방 브랜드 토브를 운영하는 정주은(43) 대표의 말이다. 그는 현재 한국컴패션을 통해 전 세계 40명의 고아를 후원하고 있으며, 누적 기부금 1억 원 이상인 사람들이 가입하는 월드비전 밥피어스 아너클럽 회원이기도 하다. 그는 12년 전 가장 힘들었던 때를 떠올리며 “방송 일도 모두 끊어지고, 여러 가지 안 좋은 일들이 한꺼번에 닥쳐왔다. 할 수 있는 거라곤 기도뿐이었다”고 말한다.

SBS 공채 탤런트로 활동하다 방송일 끊기고 슬럼프에 빠져

정 대표는 SBS 공채 출신 탤런트다. 중학생 시절부터 학생잡지 모델로 활동하다가 1998년 SBS에서 연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화제를 모은 드라마 ‘은실이’에 출연하며 주목을 받았으나 이후 기대만큼 활동을 못 하고 슬럼프에 빠졌다.

이때 그를 회복시켜준 것은 신앙. 그는 “삶의 비전을 찾게 해달라”고 기도에 매달리며, 해외 선교활동에도 나섰다. 그는 “인도의 한 고아원을 방문했을 때 갑자기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쏟아지는 경험을 했다. 고아를 돕는 게 내 사명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한다.

이후 그는 방송에 컴백해 연기 활동을 이어가다 2010년 서른네 살에 결혼했다. 방송 일도 쉬며 아기를 기다렸으나 좀처럼 임신이 되지 않았다. 여러 병원을 거친 결과 염색체에 문제가 있어 임신이 어렵고, 임신을 해도 정상아를 출산할 확률이 적다는 진단이 나왔다. 그는 낙담하며 깊은 우울, 무력감에 빠져들었다.

마음을 추스르며 시선을 돌릴 곳이 필요했다. 돌파구를 찾는 심정으로 가방을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디자인을 제대로 배운 적은 없지만 하다보니 재미도 붙고 자신감도 생겼다. 인터넷을 뒤지고 부자재 시장을 돌아다니며 묻고 배우고, 그렇게 가방을 디자인해서 공장에 제품 생산을 맡겼다. 완성된 제품들을 자신의 SNS에 올리니 반응이 좋았다. 지인들이 하나 둘씩 만들어달라는 주문을 했고, SNS를 통해 입소문도 났다. 2013년 본격적으로 ‘토브’ 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가방 사업에 뛰어들었다.

엄마가 돼보니 부모 없는 아이들의 어려움이 더 절실하게 느껴져

가방 사업이 궤도에 올라선 지 1년 만에 그토록 기다리던 아기가 생겼다. 하지만 임신 기간 내내 모든 게 조심스러웠고, 마음 졸이며 지냈다. 마침내 결혼 5년 만에 건강한 아들을 출산했다. 그 소중한 아이가 지금 다섯 살이다.

“제게 기적 같이 와준 아이에게 무엇이든 최고로 해주고 싶었죠. 그런데 아이를 보면서 인도에서 만났던 고아들이 떠올랐어요. 내 아이를 키워보니 부모 없는 아이들의 어려움이 더 절실하게 느껴졌어요.”

처음엔 교회나 선교사를 통해 알음알음으로 기부활동을 했다. 그러다 더 적극적으로 고아들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정직하게 운영하는 구호기관을 찾았다. 2015년 지인으로부터 한국컴패션을 소개받고 본격적으로 후원을 시작해 현재 40명의 어린이와 결연을 맺고 있다. “우선 컴패션의 후원 방식이 마음에 와 닿았어요. 일회성 지원에 그치는 게 아니라 어린이와 후원자를 1:1로 결연해 자립이 가능한 성인이 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후원하거든요.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것처럼 연령별로 그때그때 필요한 지적, 정서적, 신체적, 영적인 영역까지 아우르며 전인적인 양육을 돕습니다.”

그는 사업을 시작할 때 ‘수익의 절반은 고아를 돕는 일에 쓰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기부금 사용 현황도 SNS로 공유하면서 고객과 소통하고 있다. 토브 가방은 서울 옥수동에 위치한 매장을 비롯해 1만2천여 명이 팔로우하고 있는 SNS,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판매한다.

“인생이 계획대로만 되는 것이 아님을 새삼 깨닫고 있어요. 제가 가방 사업가가 될 줄은 정말 몰랐으니까요. 하지만 요즘엔 못다 한 연기자의 꿈을 다시 이루고 싶어서 대본 리딩 연습을 하고 있어요. 앞으로 제 인생이 어떻게 펼쳐질지 모르지만 늘 감사하며 나누는 삶을 살겠다는 마음은 변함없어요.”

한국컴패션은…

1952년 미국인 에버렛 스완슨 목사가 한국의 전쟁 고아를 돕기 위해 시작한 컴패션(Compassion)은 현재 세계 25개국에서 180만 여명의 어린이를 후원하고 있는 국제어린이양육기구다.

한국컴패션은 2003년부터 서정인 목사가 대표를 맡아 현재 25개국, 12만여 명의 어린이 결연을 이뤄냈다. 바자회, 기업후원, 캠페인 기금모금 등을 통해 재해복구, 긴급의료지원, 시설확충 등 특별지원활동도 하고 있다. 한국은 41년간 10만 여명의 어린이가 도움을 받던 수혜국에서 후원국으로 위상을 달리 한 지 올해 16년이 됐다.

한국컴패션은 후원금의 80% 이상을 반드시 어린이 양육을 위해 사용하는 원칙을 세워두고 있다. 현재 국내 후원자 수는 10만 명을 넘었다. 신애라, 션·정혜영 부부, 이성미, 이영표, 송은이 등이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글/김경화(비즈니스&라이프 코치· 칼럼니스트)·사진/허호(프리랜스 사진작가)

동아일보 골든걸 goldengir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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