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60일, 지정생존자’와 넷플릭스 원작 ‘지정생존자’의 차이점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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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 헌법 차이에 ‘60일 권한대행’ 설정… 악화된 한일관계도 등장

tvN ‘60일, 지정생존자’와 원작 ‘지정생존자’에서 대통령직을 맡은 배우 지진희와 키퍼 서덜랜드(왼쪽 사진). 넷플릭스 제공
tvN ‘60일, 지정생존자’와 원작 ‘지정생존자’에서 대통령직을 맡은 배우 지진희와 키퍼 서덜랜드(왼쪽 사진). 넷플릭스 제공
“대통령 권한대행 박무진입니다.”

대통령 국정 연설이 열리던 국회의사당이 의문의 폭탄 테러 공격을 받아 붕괴되자 국무위원 중 유일하게 생존한 박무진(지진희) 환경부 장관은 엉겁결에 대통령 자리를 맡게 된다. 미국 ABC방송,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지정생존자’를 원작으로 하지만, 1일부터 방영 중인 tvN ‘60일, 지정생존자’ 곳곳엔 현지화를 고심한 흔적으로 가득하다.

지정생존자는 ‘권한대행’으로, 제목엔 ‘60일’이 추가됐다. 대통령 유고 시 지정생존자가 대통령의 잔여 임기를 수행하는 미국과 다르게, 한국은 60일 이내 대통령 선거를 치를 때까지만 권한대행이 국정 운영을 대행하기 때문. 그래서 “상상력을 적용하자니 헌법의 차이가 있었다. 원작처럼 몇 달, 혹은 재선이 아니라 60일 안에 한정된 이야기를 그리게 됐다”는 것이 유종선 PD의 말이다.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으로서 정무적 감각을 지녔던 톰 커크먼(키퍼 서덜랜드)과 다르게 KAIST 교수 출신 박무진은 양복과 구두도 불편해하는 정치 문외한이다. 그래서 조력자 한주승(허준호) 대통령비서실장의 존재가 두드러진다. 시청자들 사이에선 “원작보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2012년)와 서사가 유사하다”는 분석이 많다. 한주승에게서 광해(이병헌)를 올바른 왕으로 길러내는 허균(류승룡)을 떠올리는 것이다.

미국과 한국의 국력 차이도 다분히 현실적이다. 원작에서 미국은 이란의 도발에 강경하게 대처할 수 있는 ‘슈퍼파워’를 지녔지만, 열강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한반도에선 고려해야 할 변수가 너무나도 많다. 테러를 북한의 소행으로 본 일본은 동해에 군함을 파견하고, 미국은 전시작전통제권을 빌미로 한국 정부를 통제하려 든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하는 장면은 최근 악화된 한일 관계를 상기시킨다. 연평도 포격도발, 천안함 폭침 등을 떠오르게 하는 이름만 달라진 사건들이나 국가 비상사태에도 재연되는 대북 강경파와 온건파의 해묵은 갈등 역시 “한국 드라마만이 보여줄 수 있는 디테일”이라는 평이 나온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60일 지정생존자#지진희#넷플릭스 지정생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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