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이미 칸은 과거…한국적 디테일을 이해할 국내 반응이 궁금”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28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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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적으로 참신한 진행에 대한 두려움을 동료들 덕분에 상쇄 시킨 것 같아요. 배우들끼리 가족들과의 앙상블을 자연스럽게 잘 체득하면서 연기했습니다.”(배우 송강호)

28일 국내에서 처음 공개된 영화 ‘기생충’은 장르는 넘나드는 전개에도 배우들 사이의 앙상블이 유난히 빛을 발한 영화였다. 서울 용산구에서 진행된 언론배급시사에서는 봉준호 감독과 주연배우 등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의 주역들이 다시 한 자리에 모여 영화의 메시지와 촬영 뒷이야기를 전하며 수상의 기쁨을 나눴다.

한국에서 수상을 지켜본 배우들은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감격스런 마음을 드러냈다.

“새벽에 라이브 방송으로 봤는데 벅차서 잠을 못자 맥주를 두 캔이나 마셨어요.”(이선균)

“감독님이 주먹을 치켜드는 모습이 마치 영화의 클라이맥스처럼 느껴지더라고요.”(최우식)

극 중 기택(송강호)네 자녀로 출연한 배우 최우식과 박소담은 진짜 가족 구성원처럼 즐겁게 촬영했다고 입을 모았다. 기택의 부인 충숙 역의 배우 장혜진은 “큰 작품은 처음이라 이런 긴 호흡을 끌고 갈 수 있을까 부담스러웠는데 신나고 소중하지 않은 장면이 없었다”며 말을 잇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최우식이 배우로서 대선배인 송강호에게 연기를 가르치던 장면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최우식은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배우들 사이에서 폭소가 터졌다. 봉 감독은 “최우식 배우가 즐기는 것 같더라”며 거들었다.

“감히 제가 송강호 선배님께 연기를 지도하다니…. 저에겐 소중한 추억이지만 두 번 다시 이런 일은 없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최우식)

영화의 마지막 장면까지 ‘국민 배우’답게 작품을 끌고 간 송강호는 재미와 함께 영화의 메시지를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영화 속에 ‘냄새’나 ‘선’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들도 있잖아요. 영화의 재미도 한껏 느끼면서 우리가 사회 속에서 얼마나 우리를 가둬오고 있는지, 자신을 되돌아보고 사회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봉 감독은 “이미 칸은 과거가 됐다. 이제 한국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며 영화의 한국적 디테일을 온전히 이해할 국내 관객들과의 만남에 대한 기대감과 긴장감을 숨기지 않았다.

“관객 한 분 한 분의 소감이 궁금합니다. 이제 틈만 나면 가벼운 변장을 하고 관객들 틈에서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영화를 볼 생각입니다. 저도 그 틈바구니에서 (영화와 관객들의 반응을) 느껴보고 싶습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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