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주민이 애정으로 일군 살기 좋은 동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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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도서관을 상상해/유승하 지음/216쪽·1만5000원·창비

살기 좋은 동네의 조건은 뭘까. 땅값, 집값 팍팍 오르는 곳? 일하지 않아도 임대료가 ‘따박따박’ 나오는 건물? 이런 비싼 돈을 주고 사야 하는 동네만 살기 좋은 동네일까. 이 책 속에는 그런 동네가 아닌 주민들의 노력과 협동으로 만든 살기 좋은 동네가 펼쳐진다.

책은 서울 은평구의 구산동도서관마을 이야기를 만화로 다뤘다. 2015년 개관한 구산동도서관마을은 10여 년에 걸친 서명 운동, 예산 확보 등의 주민 활동 끝에 만들어진 도서관이다.

시작은 2002년 동사무소 한편에 꾸린 어린이도서실이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자원 활동가들은 좀 더 넓은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을 가졌다. 저층 빌라와 주택이 대부분이었던 동네, 학교는 많았지만 문화 시설은 턱없이 부족했다. 아쉬움을 느낀 주민들이 서명 운동에 나섰고, 은평구가 낡은 빌라와 주택 8채를 매입했다.

그러나 건립 예산이 없어 도서관 개관은 몇 년간 답보 상태에 있었다. 도서관을 짓고 만들 줄 알았던 주민들은 불광천 무지개다리가 지어지는 걸 본 뒤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을 비롯해 각종 예산 지원을 호소해서 도서관 건립 예산을 마련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도서관은 주민들이 만든 협동조합으로 운영했다. 주민과 공공기관의 합심으로 꼭 필요했던 도서관이 지어졌다. 구옥 빌라를 리모델링해 마을의 추억을 담아, 2016년 서울시 건축상도 받은 동네 명물이 됐다.

소박한 그림체에 줄거리도 간단하지만, 이 모든 것이 실화라는 생각을 하면 흐뭇함과 부러움에 미소가 지어진다. 수많은 난관에도 좌절하지 않고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을 만들어낸 주민들을 보면, 살기 좋은 동네란 결국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열망과 노력이 만드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날마다 도서관을 상상해#유승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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