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해방 전후에서 찾은 우리 법조계의 현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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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가들/김두식 지음/692쪽·3만 원·창비

해외도 마찬가지지만, 3권 분립 민주국가에서 사법기관은 그 나라의 청렴과 직결되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시류나 권력과 별개로 대나무처럼 꼿꼿이 원칙을 지키는. 하지만 최근 들려오는 저잣거리 소식만 들어봐도 이렇게 말하기 머뭇거려진다. 그곳 역시 사람 사는 데라 여기고 넘어가기엔 찜찜한 구석이 많다.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저자는 이런 법조계가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출발했는지를 짚기 위해 해방 전후의 시기를 살핀다. 이전 책 ‘헌법의 풍경’(2004년) 등에서 탄탄한 문장을 선보였던 저자는 이번에도 상당한 공력을 발휘했다. 연구 및 집필에 3년 이상 걸려서 나온 두툼한 책은, 일반인에겐 생소한 당대의 풍경을 입체적으로 풀어냈다.

부제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탄생’에서 대략 힌트를 얻겠지만, 그 시절 사법 현장은 혼탁했던 당시 상황을 붕어빵 찍어내듯 닮았다. 욕망과 야합, 보신(保身), 폭력이 복잡하게 뒤엉켜 있다. 저자는 이런 맥락을 모르고선 현재의 법조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봤다. 평가는 갈라질 수 있겠지만, 이러한 문제제기가 하나의 경종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도 된다.

다만 이쪽에 관심 없는 이들에겐 너무 낯선 얘기로 가득하다. 분명 엄중한 사안이나 받아들이는 체감 온도는 꽤나 차이가 날 듯하다. 영 힘들면, 에피소드 위주로 엮은 4장부터 읽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라고 저자는 추천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법률가들#김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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