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첫사랑’… 20년 만에 ‘가위손’ 다시 들고 돌아온 그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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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송라이터 임현정 활동 재개… 1999년 음반 리마스터 재발매

최근 서울 중구에서 만난 가수 임현정은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도, ‘첫사랑’도 결코 애절한 노래가 아니다. 그저 지나간 사랑을 쿨하게 관조하는 곡”이라며 웃었다. 감성공동체 물고기자리
최근 서울 중구에서 만난 가수 임현정은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도, ‘첫사랑’도 결코 애절한 노래가 아니다. 그저 지나간 사랑을 쿨하게 관조하는 곡”이라며 웃었다. 감성공동체 물고기자리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의 싱어송라이터 임현정(44)이 1999년 2집 ‘가위손’을 리마스터(음질 보정 작업)해 최근 재발매했다.

‘가위손’은 히트곡 ‘첫사랑’이 담긴 음반. ‘햇살처럼 눈부시게 다가와…’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당시 배우 장혁이 출연한 TV 커피 광고에 쓰이며 큰 인기를 얻었다.

음반으로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가위손’에 손을 댄 임현정의 경우는 이례적이다. 음색과 음질을 다듬는 앨범 리마스터 작업은 출시된 지 사반세기가 넘은 역사적 명반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건강 문제로 가수 활동을 10여 년간 쉬었어요. 새 출발을 위해 예전 제 작업들부터 정리하고 싶었죠.”

음원 서비스를 막아뒀던 최고 역작 ‘가위손’부터 재공개하되, 불만스러운 사운드를 개선하기로 했다. “제작 당시에 저음을 강조하다 보니 높은 주파수대가 뭉개진 부분이 있었어요. 그런 부분을 손봤고, 애초에 의도한 흐름에 맞게 곡 순서도 일부 바꿨죠.” 예지원 주연으로 ‘첫사랑’ 뮤직비디오도 새로 찍었다.

돌아보면 ‘가위손’은 역작이었다. 훗날 한국 대표 영화음악 감독이 되는 방준석과 장영규를 비롯해 신윤철(기타), 김민기(드럼), 민재현(베이스기타) 등이 연주에 참여했다. 팀 버턴 영화 ‘가위손’에서 영감을 받아 사회비판적 메시지를 담은 콘셉트 앨범이었다. 룸바부터 얼터너티브 록까지 다양한 장르가 섞였다.

“고교 때부터 서울예술대(당시 서울예전) 보컬 전공 때까지 친구도 없고 히피 차림으로 다니는 좀 별난 아이였어요. 존 레넌에 관한 자료를 있는 대로 모으고 동아일보와 한겨레, 뉴스위크 등 일간지와 주간지 너덧 개를 탐독하며 사회적 음악가를 꿈꿨죠.”

스물두 살 때 대중음악 작곡을 시작했다. 가요기획사 연습생도, 인디 밴드 출신도 아니었다. 그저 자신이 프로듀스한 습작 녹음을 여러 음반사에 보내 데뷔하게 됐다.

“1집부터 4집까지 음반마다 죽음에 대한 노래가 최소 한 곡씩은 들어 있죠. 아버지뻘 제작자에게 ‘일주일에 스케줄을 3개 이상 잡지 말아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어요.”

‘가위손’에 실린 곡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에요’는 위선적 사회상을, ‘5월의 꿈’은 5·18민주화운동 뒤 변질한 세대에 대한 비판을 그렸다.

임현정은 올해 말부터 내년 중반까지 3개월 간격으로 신곡을 하나씩 발표할 계획이다. 작사 작곡 편곡 모두 임현정이 했다. “몇 곡의 오케스트라 편곡은 다마키 고지(안전지대)의 편곡자인 야마시타 고스케 씨에게 맡겼어요. 후년쯤엔 신곡을 묶어 14년 만의 정규앨범, 6집을 낼 계획입니다.”

한때 그는 심각한 공황 증세와 심장 이상으로 몇 차례 응급실에 실려 갔다. 한동안 누워서 생활해야 했다. 2015년 와병 중일 때는 고교 동창인 가수 이적의 노래만 줄곧 들었고 그에게 문자메시지도 보냈다.

‘네 노래 들으며 계속 누워 있어. 몸이 좋아져서 네 공연 보러 갔으면 좋겠다….’(임현정)

‘너의 쾌유를 빌면서 공연할게. 내 (슬픈) 노래 너무 많이 듣지 마.’(이적)

임현정이 임현정의 노래로 돌아왔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싱어송라이터#임현정#가위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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