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국화’ 멤버 조덕환 유작 앨범 공개…고인 생전 목소리 생생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4일 16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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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열차는 끝없이 끝없이/날 깨워 오라 하는데/내 마음의 열차는 흔들리면서/천천히 가려 하네…’(‘인생’ 중)

재작년 암 투병 끝에 별세한 들국화 원년 멤버 고 조덕환 씨(1953~2016)의 유작 앨범이 나왔다. 조덕환 2집 ‘인생’이다. 4일 디지털 음원으로 먼저 공개됐다. 11일에는 CD로, 11월 10일에는 한정판 LP로 발매된다.

조 씨는 전인권, 최성원, 허성욱(1962~1997)과 함께 들국화 초대 멤버다. 기타 연주를 담당했고 들국화 1집에 실린 명곡 ‘세계로 가는 기차’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축복합니다’의 작사·작곡자다.

들국화 1집 발표 뒤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음악 활동을 중단한 고인은 2009년 귀국해 2011년 늦깎이로 솔로 1집을 냈다. 한국대중음악상을 수상한 앨범 ‘Long Way Home’이다.

이번에 유작으로 발표되는 2집은 고인이 십이지장암으로 투병하다 숨지기까지 4, 5년간 매달린 역작이다. 신곡 20여 개를 만들어 시범 녹음까지는 했지만 제작비 문제로 전문 음반 스튜디오에서 완성하지 못했다. 그 가운데 ‘인생’ ‘봄’ 등 7곡을 후배 음악가들이 다듬어 세상에 내놨다. 고인의 생전 목소리가 생생하다.

프로듀서 한두수 씨(37)는 “생전에 남긴 마지막 시범 녹음 100여 개를 일일이 들어보며 고인이 가장 표현하고 싶었던 목소리들을 골랐다”고 했다. 고인이 작업 중 “하늘에서 허성욱이 환생한 것 같다”고 칭찬한 피아니스트 김나하비도 새로운 건반 편곡과 연주를 더했다.

부인 조정주 씨는 본보에 “들국화 1집 발매 직후 이민을 가는 바람에 뉴욕 현지 슈퍼마켓에서 12시간씩 일하며 땀 흘렸고, 이민 10년 뒤에야 뒤늦게 들국화가 인기그룹이 됐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고인은 은퇴 무렵이 되자 창작열을 불태우더니 귀국을 서둘렀다”고 전했다. 조 씨가 기억하는 고인은 옛 들국화 노래의 성취를 음미하기보다 새로운 작곡에 지독하게 매달린 외로운 창작자였다. 조 씨가 “암 투병 시절 불러줬는데 듣다 펑펑 울었다”고 한 곡, ‘Goodbye Gloomy Sunday’도 이번 유작에 담겼다. ‘안녕, 안녕, 슬픔이여. …은하수 건너 무지개 나라 사랑이 넘치는 곳으로’

운명의 열차를 언급한 첫 곡 ‘인생’이 ‘세계로 가는 기차’를 연상시킨다면, 앨범 끝 곡 ‘새아침’에는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의 잔상이 있다. ‘떠오르는 저 태양도 우리를 반겨주는 듯… 우리에게 사랑을 전해주네’(‘새아침’ 중)

자연 회귀 메시지와 쓸쓸하나 희망적인 분위기가 공존하는 수작이다.

임희윤 기자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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