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원 “상습적 성희롱·성추행” 공개 기자회견에…최경성 “변명 안해, 사죄·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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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2월 26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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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송원 인스타그램
사진=송원 인스타그램
연극계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가 끝이 없다. 이번엔 12년 차 여배우 송원 씨(31)가 공개 기자회견을 열고 유명극단 ‘극단 명태’ 소속일 당시 극단 대표였던 최경성 씨(50)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송 씨는 26일 전북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010년 1월 활동했던 ‘극단명태’ 대표 최 씨에게 성추행과 상습적인 성희롱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송 씨는 “성추행 사건은 단원을 모집하기 위해 만든 전북대학교 뮤지컬 동아리 MT에서 일어났다”며 “최 씨 대천으로 MT를 떠나는 당일 집으로 나를 데리러 왔고 추행은 차 안에서부터 시작됐다. 궁금하지도 않은 자신 여자친구와 이별 이야기를 하며 손을 주무르고 허벅지를 더듬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어떤 남자스타일을 좋아하는지와 요즘은 남자친구가 잘해주는지 등 사적인 대화가 주를 이뤘다”며 “자신에게 시집오라는 등 불편하고 불쾌한 농담이 이어져 숨이 막힐 정도였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숙소에 짐을 푼 최 씨는 극단 문제 상의를 명목으로 둘만의 식사자리를 송 씨에게 요구했다. 송 씨는 “MT 장소에 도착한 뒤 따로 저녁을 먹으며 야한 농담을 했다”며 “그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23세의 어린 초보 연기자였기 때문에 대표에게 미움을 받게 될까 우려됐다”고 털어놨다.

송 씨는 “최 씨가 모텔에서 극단 얘기를 더 하자며 팔을 강하게 붙잡아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모텔에 들어선 순간부터 치욕을 경험했다”며 “침대에 눕더니 자신 옆자리를 손으로 두드리며 ‘여기서 자라’고 했다. 귓불을 손으로 만지고서 ‘네 태도가 귀엽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 씨 얼굴이 내 쪽으로 가까워져 오자 강하게 저항했고 어떻게든 이곳을 빠져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고 말했다.

송 씨는 “이후 집안 사정을 핑계로 극단을 탈퇴했는데 최 씨는 ‘남자관계자 복잡하다’는 이유로 나를 내쫓았다고 소문냈다”며 “다른 단원으로부터 ‘네가 대표를 꼬신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은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지금으로부터 8년이 지났지만, 최 대표는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고 최근에는 밝은 모습으로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봉송까지 하더라”라며 “당연한 사과를 요구하는데 이토록 많은 시간과 용기가 필요한 현실이 비참할 뿐이다”고 눈물을 보였다.

송 씨는 현역 배우임에도 실명과 얼굴을 공개한 것에 대해 “내가 이렇게 하지 않으면 최씨가 모든 것을 발뺌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시 침묵했던 이유에 대해선 “그때는 제가 어렸기 때문에 기자회견을 하거나 변호사를 만날 생각을 하지 못했다”며 “주위에 도움을 구했지만 ‘네가 강간당한 것도 아닌데 고소할 수 있느냐’는 말이 무기력하게 만들었다”고 털어놨다.

다른 피해자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피해자를 알고 있고 이야기도 들었지만, 그분들은 나서서 사실을 밝히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다”며 “이번 고백으로 그분들도 위로받기를 바란다. 끝으로 최 씨의 진심 어린 사과와 합당한 처벌을 바란다”고 말했다.

송 씨는 기자회견을 앞두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큰 결심을 앞두고 저를 성추행했던 대표님의 담벼락에 들어가봤다. 이 시국에 조금은 민망하지 않을까. 추행하고 폭행한 어렸던 여자 단원들에게 조금은 미안해 하지 않을까. 그 대표님은 어떠한 반성도 없더라. 그리고 역시나 또 다시 배우를 구하고 있다”며 “저의 고백으로 인해 2차, 3차 송원이 더이상은 없길 간절히 바랄 뿐”이라고 적기도 했다.

송 씨의 기자회견 후 최 씨는 입장을 발표했다. 최 씨는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저로 인해 상처받은 분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변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 일을 가볍게 생각했던 나의 무지를 후회하고 반성한다”며 “이번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에 자유롭지 못한 저를 진심으로 반성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로 인해 상처받은 분께 고개 숙여 사죄한다. 꼭 당사자에게 직접 사과를 구하겠다”면서 “모든 관계자분들에게도 죄송하고 앞으로 자숙의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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