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복지 말고도 스웨덴 정치가 우리와 다른 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스웨덴 정치인들은 물질적 권력적 특권을 버리는 대신 국민의 신뢰와 사랑이라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최연혁·쌤앤파커스·2012년)》

유토피아(utopia)는 존재하지 않는다. ‘없는 장소’라는 뜻의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유토피아는 상상(想像) 속 이상향에 불과하지만, 우리는 매일 유토피아를 꿈꾼다. 시민운동이나 정치투쟁은 ‘모두가 행복한 세상’ 유토피아와 가까워지려는 사람들의 노력이다.

스웨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은 ‘현실 속 유토피아’로 불린다. 빈부와 범죄가 엄연히 존재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행복지수 조사에서 매년 선두 그룹을 놓치지 않는다. 적어도 현실 세계에선 ‘상대적 유토피아’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북유럽 국가를 긍정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요람에서 무덤까지 이어지는 ‘탄탄한 복지 시스템’을 그 비결로 꼽는다. 그럼 북유럽 시스템을 그대로 따라 하면 우리도 유토피아가 될까. 논쟁이 벌어질 때면 정치권에선 재원과 실현 가능성부터 따진다. 인구가 채 1000만 명에 못 미치는 북유럽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선을 긋는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시스템이 아닌 ‘사람들’에게 있다. 사람이 변하지 않으면 모든 조건이 같다 해도 유토피아가 될 수 없다.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는 30년 넘게 스웨덴에서 생활한 스웨덴 쇠데르퇴른대 최연혁 교수가 쓴 ‘현실 속 유토피아’ 이야기다. 잘 알려진 복지 혜택보다 눈길을 끄는 건 그곳 ‘사람들’이다. 업무 강도가 너무 세 이직률이 30%가 넘는다는 스웨덴 국회의원 사례는 꽤 충격적이다. 보좌관 한 명 없이 살인적인 업무량 때문에 밤을 새우기 일쑤라고 했다. 4년 임기 내 제출한 법안이 430여 개에 달하는 의원도 있다. 월급은 한국 국회의원의 절반 수준이다.

저자는 스웨덴을 ‘모든 것이 투명한 사회’라고 정의했다. 공개주의 원칙 아래 정치인의 일거수일투족과 모든 공적 행위는 예외 없이 공개된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에서 스웨덴이 매년 선두 그룹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건 투명한 사회를 열망하는 스웨덴 사람들의 노력과 희생 덕분이다.

지난달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의원 8급 비서 1명을 추가 채용하는 법안이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근래 보기 드문 협치의 모습이다. ‘사람’이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유토피아는 영원히 상상 속 이야기일 뿐이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스웨덴 정치#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최연혁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