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 방방곡곡을 비추는 ‘비로자나불(毘盧遮那佛)’의 빛을 한데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비로자나불은 ‘부처의 진신(眞身·육신이 아닌 진리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을 뜻한다.
‘깨달음의 빛-비로자나불’(사진)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국에 산재한 비로자나불상 157좌 모두를 사진으로 찍고 해석을 곁들인 도록이다. 이 도록은 단순히 기존 자료수집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정확한 숫자 파악도 어렵던 전국의 비로자나불을 일일이 찾아가 현재 모습 그대로 담았다.
정태호 사진작가(스페이스포토스튜디오 실장)는 “전국 사찰과 박물관을 돌며 사진을 찍는 데만 7∼8년이 걸렸다”며 “크기나 현 상태와 상관없이 모든 비로자나불을 대할 때마다 묘한 경외감을 느끼는 순간을 경험했다”고 전했다. 도록의 해설 글을 맡은 이숙희 박사(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는 “통일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역사성을 지닌 모든 비로자나불을 책에 수록했다”며 “그간 제대로 알려지지 않거나 소중하게 여겨지지 않았던 불상까지 모두 발굴하고 가치를 알릴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다”고 설명했다.
봉화 축서사 석조비로자나불좌상실제로 도록을 펼쳐보면 국보 제26호인 경주 불국사 금동비로자나불좌상부터 조성 시기는커녕 문화재 지정도 되지 않은 불상까지 다양한 비로자나불을 만날 수 있다. 정 작가는 “때로 풍파에 휩쓸려 형체마저 희미해진 부처더라도 우리에게 무엇을 들려주고 계신지 귀를 기울이며 촬영에 임했다”고 떠올렸다. 19일부터는 출판을 기념한 사진전 ‘깨달음의 빛-비로자나불’도 서울 종로구 갤러리 라메르에서 열린다.
수종사 팔각오층석탑 금동비로자나불좌상이번 출간은 경남 창녕군 영축산 법성사가 10여 년을 공들인 불사(佛事)의 결과물이다. 2005년 작고한 법성사 회주(會主·절의 창건주나 큰 어른)의 유지를 받들어 2008년부터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법성사 주지인 법명 스님은 “외지고 그늘진 곳도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법을 설파하는 비로자나불의 뜻을 세상에 전하자는 법성 보살님의 바람을 이제야 이루게 됐다”며 “종교는 물론 문화적으로도 큰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출간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대한불교관음종 총무원장인 홍파 스님(낙산묘각사 주지)은 “비로자나불은 다양한 불상 형태 가운데에도 부처가 세상에 전하는 ‘진리의 빛’을 상징하는 본질이라 할 수 있다”며 “비교적 작은 사찰에서 오랜 세월과 정성을 들여 대단한 업적의 불사를 이룬 것이야말로 참된 선(善)의 길로 칭송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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