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레이디 가가’를 자원봉사로 이끈 사나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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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봉사 결합 사회적 기업 ‘록코어’ 그린 CEO 한국 콘서트 추진차 방한

사회적 기업 록코어의 콘서트 중에는 2010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관객 1만4000명을 동원한 팝스타 리애나의 공연도 있다. 현장에서 함께한 록코어 공동 창립자 크리스 로빈슨, 리애나, CEO 스티븐 그린, 전 임원 리사 스피리터스(왼쪽부터). 록코어 제공
사회적 기업 록코어의 콘서트 중에는 2010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관객 1만4000명을 동원한 팝스타 리애나의 공연도 있다. 현장에서 함께한 록코어 공동 창립자 크리스 로빈슨, 리애나, CEO 스티븐 그린, 전 임원 리사 스피리터스(왼쪽부터). 록코어 제공
“록코어(RockCorps)가 특별한 이유는 자원봉사를 첨단 패션처럼 멋지게 여기도록 만든다는 것이다.”(레이디 가가)

팝스타 레이디 가가는 2009년 영국의 작은 HIV 보균 환아 돌봄 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아이들을 위한 운동장을 만드는 자원봉사에 6시간 참여한 뒤 환아 전원과 일일이 대화를 나눠 큰 화제가 됐다. 갱스터 랩으로 악명 높은 래퍼 스눕 독은 주민자치센터 벽화 그리기, 버스타 라임스는 노숙인 쉼터 배식 봉사활동을 했다.

이 팝스타들을 시설로 이끈 것은 2003년 미국에서 출범한 사회적 기업 록코어다. 이 회사는 다른 공연 기획사와 달리 입장권을 팔지 않는다. 거주지역의 자선기관에서 4시간 봉사활동 인증을 받는 10, 20대에게 무료 입장권을 준다. 가수 역시 같은 지역에서 4시간의 봉사활동을 해야 무대에 설 수 있다. 록코어는 지금껏 10개국 16만 명의 젊은이가 2500개 자선행사에 60만 시간을 투자하도록 유도했다. 가가, 스눕, 버스타, 데이비드 게타, 카녜이 웨스트, 마룬5, 나스, 리애나 등이 취지에 공감해 무대에 올랐다.

록코어가 한국 진출을 앞뒀다. 23일 서울 중구 을지로에서 스티븐 그린 록코어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50)를 만났다. 그는 “테러가 만연한 지금처럼 슬픈 시대에는 우리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지역사회와 유대감을 갖고 자라는 게 더욱 중요해졌다”면서 “얼마 전 맨체스터에서도 확인했듯 서로 다른 사람들을 하나로 만드는 진짜 음악의 힘이 지금 더 절실하다”고 했다.

록코어는 내년 9월 첫 한국 콘서트를 목표로 뒀다. 그린은 최근 방한해 국내 대기업, 가요기획사, 자선기관을 접촉하고 있다. 그가 한국을 일본에 이어 열한 번째 ‘록코어 국가’로 지목한 이유는 뭘까. “자기 삶에서 만족을 찾는 새로운 개념들에 귀를 기울이는 젊은 인구가 많다는 것, 최고 수준의 음악 산업, 그리고 빈부격차입니다. 젊은이들이 스스로 사회를 바꾸는 즐거움을 우리 플랫폼을 통해 경험했으면 해요.”

록코어 창립 철학의 중심엔 그린의 첫 봉사활동 경험이 있다. “중학생 때 그저 수업이나 빠져보자는 마음에 특수학급 도우미를 자원했어요. 장애 아이들을 도우면서 자원봉사의 즐거움을 몸에 새겼고 다른 사람들과 진심을 다해 소통하는 법도 배웠죠.”

그는 20대에 록 밴드 ‘그레이트풀 데드’의 순회공연 스태프로 일했다. 이후 학부 전공(심리학)을 살려 장애인 지원센터에서 근무했다. 그는 “센터에서 일하며 보람은 있었지만 정부기관과 기업의 힘에 밀려 비영리기관의 한계도 느꼈다”고 했다. “멀리 돌아 드디어 제가 좋아하는 모든 것, 즉 음악과 봉사활동과 경영학을 결합하는 최고의 모델을 록코어로 찾은 셈이죠.”

록코어는 내년 한국 콘서트에 해외와 한국의 유명 가수 여럿을 함께 세우는 안을 검토 중이다. “언젠가 거대한 스타디움에서 레드 제플린의 재결합 공연을 주최하는 게 꿈입니다. 경기장을 가득 채운 젊은 자원봉사자의 함성 소리를 상상해요.”

그는 “우리가 머뭇거린다면 젊은이들은 사회에서 고립될 것이며 그러다 폭력적 사상에 경도될 수도 있다”고 했다. “저는 젊은 세대에게서 희망을 봅니다. 그 희망이 자라는 것을 돕고 싶습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록코어#rockcorps#레이디 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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