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잔향]도서전 귀갓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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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 말고는 박람회에 간 적 없다. 사람 북적이는 건 뭐든 질색이니, 그런 데 데려가 달라고 조를 자식이나 조카가 없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나이 들고 나서 찾아간 모든 박람회는 취재를 위해서였다.

18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제23회 서울국제도서전에 취재를 위해 다녀왔다. 취재가 아니었다면 찾아갔을까. 아마 함께 갈 사람이 있었다면 취재가 아니어도 가봤을 듯하다. “한 번도 참여한 적 없는 중소 규모 동네서점들을 위한 공간을 행사장 중심에 놓겠다”는 계획이 얼마나 잘 실행될지 궁금했다.

여럿이 함께 도모하는 작업에 새로운 변화를 적용하는 건 생각이나 말과 달리 정말 고단한 일이다. 해마다 반복하는 행사라면 더 그렇다. 함께 일하는 사람 전원이 ‘변화의 까닭’에 동의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변화의 실천은 대개의 경우 결국 변화를 위한 아이디어를 내놓은 당사자가 떠맡기 마련이다. 현장을 여러 번 반복해 둘러보면서, 이 아이디어를 내놓은 이가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생각했다. 물론 괜한 넘겨짚음일 수 있겠지만.

연극이 관객을 만나 완성되듯 책은 독자를 만나 완성된다. 독자와 책이 행복하게 만날 수 있는 이상적인 공간은 분명 서점이다. 그 공간의 형태와 운영 방식에는 정답이 없다. 천차만별일수록 행복의 절대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이번 도서전은 현재 운영 중인 다양한 형태의 ‘책 접점’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데 성공했다.

방점에서 벗어난 부분의 허술함과 한계는 적잖이 눈에 걸렸다. 굳이 꼬집지 않아도 자연히 보완되리라 본다. 집으로 돌아가며 생각했다. 함께 갈 사람이 있으면 좋았겠다고.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서울국제도서전#책#독자#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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