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고려인 강제이주 80년, 불굴의 의지로 쓴 역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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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스 오브 아리랑/이정면 등 지음/256쪽·2만 원·이지출판

1937년 9월 소련 극동지역에 거주하던 고려인 18만여 명이 강제 수송열차에 탄다. 스탈린이 극동의 고려인 사회를 일본인 첩자로 보고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키는 명령을 내리면서다.

올해는 고려인이 강제 이주한 지 80년이 되는 해다. 이정면 미국 유타대 명예교수, 사회사업가 류승호 씨 등 4명은 고려인 강제 이주의 길을 따라가 보는 ‘아리랑 로드 대장정 답사대’를 꾸렸다. 이 책은 그 여정의 기록이다.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최대의 재래시장이자 고려인들의 생활현장인 쿠일루크 바자르는 고려인들이 수확한 농작물로 반찬을 만들어 팔면서 생계를 이어온 곳이다. 시장에서 만난 리나피샤 아주머니는 자신을 전주 이씨라고 소개한다. 아리랑을 불러 달라는 답사대의 요청에 아주머니는 두 팔을 벌려 춤사위를 섞어가면서 노래를 불렀다. 답사대 모두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던 현장이다.

강제 이주 도착지였던 우슈토베에서 만난 천미하일 노인의 기억은 생생했다. 그는 열두 살 때 부모를 따라 이주했다. “도착하니 날씨도 춥고 물이 짜서 노인과 아이들이 많이 죽었지. 언덕 밑에 땅을 파고 살았소. 스탈린 강제 이주에 대해 비판적인 말을 하는 사람은 당장 잡아가 죽이기도 했으니 부모님들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소.”

답사대의 발걸음은 6000km 계획으로 시작했다가 시베리아, 연해주, 동남아시아, 남미를 아우르면서 고려인의 자취를 따라가는 10만 km 대장정이 된다. “얼어붙은 동토에서 자존심 하나로 살아남아 또 다른 역사를 써 내려가는 민족”을 만나면서 답사대는 “질경이 같은 불굴의 의지에 대한 감동과 아름다움을 느꼈다”고 전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컬러스 오브 아리랑#이정면#고려인 강제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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