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패션’ 혹은 ‘고시원 패션’의 아이콘이던 슬리퍼가 최신 유행 아이템으로 탈바꿈했다. 해외 럭셔리 패션 업체들이 100만
원대 고급 슬리퍼까지 내놓으면서 이른바 ‘명품 슬리퍼’가 등장하는 추세다. 사진은 영국 디자이너 브랜드 ‘안야 힌드마치’의
2017 봄여름 컬렉션. 신세계인터내셔날 제공
《 ‘동네 패션’의 상징 슬리퍼가 트렌디한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발뒤축을 감싸는 부분이 없는 백리스(backless) 신발의 전성시대가 여름까지 넘어온 셈이다. 지난해부터 블로퍼(발뒤축을 감싸는 부분이 없는 로퍼)가 대세가 된 이래 역시 발뒤축을 감싸는 부분이 없는 샌들인 ‘뮬’ 역시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다. 》
백리스 신발의 인기는 뮬에서 다시 슬리퍼로 진화 중이다. 뮬은 그래도 굽이 있어 좀 더 격식을 차린 느낌이지만 슬리퍼는 말 그대로 편안함이 가장 큰 장점인 신발이다. 몇 해 전부터 지속되고 있는 편안함을 강조하는 ‘놈코어’, ‘애슬레저’가 메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편안함의 상징인 슬리퍼가 오피스룩에까지 도전하고 있다.
이미 럭셔리 브랜드에서는 고급 슬리퍼를 쏟아내고 있다. 격식 없어 보일 수 있는 슬리퍼에 밍크 퍼나 고급 장식을 덧대는 특유의 디자인을 통해 고급스럽고 세련된 느낌을 더하는 셈이다.
○ 명품 슬리퍼가 몰려온다
‘안야 힌드마치’의 스마일 슬라이드. 영국 디자이너 브랜드 ‘안야 힌드마치’는 스마일 모양 브랜드의 아이콘 ‘스마일리’를 모티브로 한 양털 슬리퍼를 선보였다. 양털은 땀 흡수 기능이 좋아 여름 상품으로도 인기가 많은 소재 중 하나다. 안야 힌드마치의 양털 슬리퍼는 100만 원대의 가격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입고된 지 한 달 만에 모든 제품이 완판됐다. 이 제품과 비슷한 계란 프라이 장식의 양털 슬리퍼도 모두 판매돼 더 이상 국내에서는 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프랑스 패션 하우스 ‘지방시’는 동네 슈퍼에서 한 번쯤 봤을 법한 고무 소재 슬리퍼에 로고와 다양한 프린트 문양을 새겨 넣어 내놓았다. 지방시는 밍크 퍼로 장식한 슬리퍼도 선보이고 있다. 킴 카다시안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즐겨 신어 화제가 됐다.
‘아크네 스튜디오’의 가죽 소재 슬리퍼 스웨덴 브랜드 ‘아크네 스튜디오’는 브랜드의 개성을 살린 가죽 소재의 슬리퍼를 지난달 내놓았다. 발등부터 바닥 밑창까지 100% 송아지 가죽으로 제작돼 정장에도 매치할 수 있게끔 디자인했다. 앞에서 보면 격식을 차린 가죽 샌들을 신은 듯하고 옆이나 뒤에서 보면 힘을 뺀 슬리퍼임을 느끼게 하는 디자인이다. 올해 슬리퍼가 워낙 인기가 많다 보니 이 브랜드에서 나온 비슷한 디자인의 5cm 굽 높이의 뮬보다 슬리퍼가 40% 이상 많이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발목이 드러나는 슬림한 팬츠 정장에 슬리퍼를 매치하면 오피스룩으로도 손색이 없다. 전체적으로 편안한 느낌을 주는 캐주얼 스타일과는 더없이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 양말+샌들 조합도 거뜬
금강제화 ‘랜드로바’의 세미 드레스 샌들. 슬리퍼가 아무리 대세가 된다고 해도 여전히 샌들을 찾는 소비자가 많다. 특히 남성 정장은 격식이 중요하기 때문에 슬리퍼가 지나치게 편안해 보일 수 있다. 이럴 땐 샌들이 낫다. 캐주얼해 보이면서 조금 더 격식을 갖춘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금강제화 랜드로바는 남성용 샌들로 ‘세미 드레스’를 선보였다. 세미 드레스는 고급스러운 디자인에 가벼움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게 금강제화 측의 설명이다. 금강제화 관계자는 “한때 ‘패션테러리스트’로 간주됐던 ‘양말+샌들’ 조합이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고급스러우면서 캐주얼한 샌들을 활용해 실용성과 유행을 둘 다 좇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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