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고 잘생긴 왕세자의 신분 초월한 사랑 ‘흥행 보증수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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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로맨스 사극 성공 공식
‘구르미…’ ‘해품달’서 통하던 내용… ‘군주’에서도 어김없이 확인
원작 대부분 로맨스소설-만화… 팍팍한 현실에 판타지 사극 각광
30대 두꺼운 누나팬 지지도 한몫… 비슷한 이야기 반복 식상 우려 높아

시청자들의 밤잠을 설치게 만든 ‘청춘로맨스 사극’의 히어로들. 드라마 ‘군주―가면의 주인’의 유승호, ‘구르미 그린 달빛’의 
박보검, ‘해를 품은 달’의 김수현(첫번째 사진부터)은 ‘누나 팬’ 층이 두껍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MBC KBS 제공
시청자들의 밤잠을 설치게 만든 ‘청춘로맨스 사극’의 히어로들. 드라마 ‘군주―가면의 주인’의 유승호, ‘구르미 그린 달빛’의 박보검, ‘해를 품은 달’의 김수현(첫번째 사진부터)은 ‘누나 팬’ 층이 두껍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MBC KBS 제공
‘젊고 잘생긴 세자 저하가 신분 제약 등 모든 난관을 뛰어넘고 한 여인만을 열렬하게 사랑한다.’

이 줄거리는 어느 드라마를 일컫는 걸까. 최신 드라마에 관심 많은 시청자라면 아마 MBC ‘군주-가면의 주인’을 쉽게 떠올릴 터. 하지만 답은 하나가 아니다. 지난해 KBS ‘구르미 그린 달빛’이나 2012년 MBC ‘해를 품은 달’도 여기에 해당한다.

‘청춘로맨스 사극’이 요즘 TV에서 대세다. 10일 시작한 ‘군주…’는 현재 수목드라마 시청률 1위(25일 13.8%·닐슨코리아). 주원 오연서 등이 출연하는 SBS ‘엽기적인 그녀’와 박민영 연우진 주연 KBS2 ‘7일의 왕비’도 각각 29, 31일 방송한다. 모두 사극의 외피를 썼지만 21세기 청춘드라마와 큰 차이가 없다.

2003년 MBC ‘다모’의 성공 이후 퓨전사극은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은 지 오래. 오히려 정통 역사물을 찾기 힘들 정도다. 특히 2010년 KBS2 ‘성균관 스캔들’을 기점으로 청춘로맨스와 사극의 마리아주(결합)는 안방극장의 단골손님이 됐다. 김은영 대중문화평론가는 “암울한 현실 탓인지 동시대가 배경인 청춘로맨스는 크게 인기가 없다”며 “오히려 과거를 무대로 펼쳐지는 ‘판타지’에 가까운 사극 로맨스가 각광받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중에도 ‘젊은 왕세자의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은 가장 잘 먹히는 흥행 공식이다. ‘해품달’부터 ‘구르미’, ‘군주’까지 아이돌급 20대 남성 주인공을 내세운 드라마가 타율이 좋다. 한 드라마 PD는 “평일 미니시리즈 시청률은 30대 이상 여성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며 “세 드라마 주인공인 김수현이나 박보검, 유승호는 청년세대는 물론이고 적극적인 ‘누나 팬’층이 두껍다는 공통점을 지녔다”고 말했다.

이런 사극 원작이 상당수 로맨스 소설이나 만화인 것도 이 때문이다. 까칠하지만 나에겐 한없이 다정한 백마 탄 왕자님과의 사랑은 아무리 퍼내도 마르지 않는 우물. 최근 청춘 사극에 김유정(구르미)이나 김소현(군주) 등 미성년자 여배우 기용이 느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로맨스 소설은 나이와 상관없이 10대의 눈높이로 읽기에, 진짜 ‘오빠’와 연기하는 소녀가 감정이입에 딱 맞아떨어진다.

이런 장르에서 또 하나 빠질 수 없는 요소가 있다. 바로 ‘캐릭터의 성장’이다. 대체로 주인공(주로 세자)은 초반엔 다소 철이 없다. 부패한 정치권이나 완고한 기성세대란 난관도 어김없다. 이로 인해 고초를 겪지만 결국 모든 걸 극복하고 진정한 영웅(주로 왕)으로 거듭난다. 여주인공이 점차 훌륭한 조력자로 함께 커가는 점도 똑 닮았다.

하지만 최근엔 엇비슷한 얘기가 다소 반복되는 경향도 눈에 띈다. 실제로도 몇몇 청춘 사극은 화려한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뻔한 구도로 아쉬움을 남겼다. 한 제작사 대표는 “사극은 현대물보다 제작비가 곱절로 들어 ‘안정적인 흥행 코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몇 년 전까지도 이런 작품들이 ‘하이브리드’로 신선하게 받아들여졌지만 요즘은 너무 우려먹어 밍밍해진 사골국물 같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청춘로맨스 사극#박보검#김수현#유승호#누나 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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