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4월, 봄의 노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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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티
3주 전 우리 가곡 ‘동무 생각’과 슈만이 쓴 교향곡 ‘봄’을 소개했죠. 그렇게도 그립던 봄은 이제 완연히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4월에 관한 가곡을 소개하겠습니다. 이번에는 우리 가곡과 이탈리아 작곡가 토스티의 가곡입니다.

요즘처럼 꽃이 피어나고 대지가 뭉근한 기운을 띠기 시작하면 라디오에서는 슈만의 가곡 ‘시인의 사랑’ 첫 곡인 ‘아름다운 5월에’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4월에 듣는 5월의 노래라니, 가사는 ‘아름다운 5월, 온갖 싹들이 돋아날 때’라고 노래합니다. 독일의 봄은 우리나라보다 늦게 오기 때문입니다. 유럽에서 봄과 관련한 계절감이 우리와 비슷한 나라라면 이탈리아를 들겠습니다.

이탈리아 작곡가 프란체스코 파올로 토스티(1846∼1916)의 가곡 ‘4월(Aprile)’은 피아노의 나는 듯한 분산화음 위에 마치 첫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열렬하게 봄의 환희를 노래합니다. ‘그대는 느끼지 못하나/봄이 흩뿌리는 향기를?/그대는 느끼지 못하나/새롭게 들리는 새의 노래를?/봄이 왔다! 사랑의 계절이다!/오라, 내 사랑이여, 꽃이 피어난 들판으로!’

박목월의 시에 김순애가 곡을 붙인 우리 가곡 ‘사월의 노래’는 이보다 한결 차분하고 그윽하게 사월의 환희를 노래합니다. 마치 이탈리아어 ‘프리마베라’가 주는 톡 튀는 느낌과 우리말 ‘봄’이 전해주는 다소곳한 느낌의 차이 같기도 합니다.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아, 멀리 떠나와 이름 모를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

토스티는 ‘왕의 남자’였습니다. 빅토리아 여왕 시절 영국 왕실의 성악교사로 채용되어 왕족에게 노래를 가르쳤죠. ‘이상’ ‘기도’를 비롯한 그의 가곡들이 이탈리아적인 열정뿐 아니라 차분함과 명상을 같이 전하는 데도 북쪽 나라 영국에서 활동했던 그의 이력이 영향을 미치는 듯합니다. 이탈리아에 있던 그의 동료들은 대작 오페라를 쓰느라 열심이었지만, 오페라를 쓰지 않은 토스티의 아름다운 가곡들도 지금 세계 곳곳에서 애창되고 있습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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