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결정으로 한국과 중국 간 갈등이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에서 미술계에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인 류재춘 씨(46·사진)가 최근 중국 헤이룽장(黑龍江) 성 쑤이펀허(綏芬河) 시 동북아미술관 관장이 됐다. 13일 전화로 만난 그는 “한국과 중국을 오가면서 작품 활동을 하던 중 올 초부터 중국 소속 동북아경제협력위원회 한국위원회 문화교류단장으로 활동하게 됐다”며 “문화 분야의 공직에 있는 현지 중국인들과 교류하다가 동북아미술관 관장을 맡게 됐다”고 밝혔다. 동북아미술관에서 중국인이 아닌 외국인이 관장이 된 것은 처음이다.
그의 작품이 관장 임명의 한 원인이 됐다. 한국 화가이기도 한 그는 중국의 산수를 한국화양식으로 그려 중국인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 “15년 전 중국 황산으로 스케치여행을 갔을 때 큰 예술적 영감을 받았죠. 한국의 산과 강이 고즈넉하고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면, 중국의 자연은 웅장하면서도 거침없이 시원시원하게 펼쳐지는 감동이 있었어요.”
전통적인 한국화 형식을 고수한 건 아니었다. 한국화의 주조인 담묵(흐린 먹색) 대신 먹을 강하게 썼다. 중국의 산수를 그린 ‘묵산’과 ‘월하’ 등에서 이 같은 작가 특유의 기법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화에선 잘 쓰지 않는 보라색으로 자연을 표현했어요. 보라색은 ‘황제의 색’이라며 좋아하는 중국인 관람객들이 많았습니다.”
그는 관장 취임과 함께 자신의 작품 20여 점을 미술관에 전시했다. 한국 화가의 그림이 이 미술관에 걸리는 것도 처음이다. 동북아미술관은 중국과 러시아의 접경지대에 있어 무역이 활발하고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이 잦다. 그만큼 ‘열려 있는’ 곳이어서 혐한 바람이 상대적으로 거세진 않다고 류 관장은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한국인이 관장이 된 만큼 한국화 창작제작소를 두고, 한국 화가들에게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마련해 창작과 전시 공간을 제공할 것”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전했다. 올해 말부터 상하이(上海), 하얼빈(哈爾濱) 등 중국 각지에 미술관 분관을 설립하려는 구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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