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때 출가 꿈꿨던 클래식계의 ‘유튜브 스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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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4일 독주회 피아니스트 임현정

피아니스트 임현정의 말에는 마치 피아노 연주처럼 ‘리듬’이 살아 있었다. 그는 최근 스위스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클래식 강의를 열고 있다. PRM 제공
피아니스트 임현정의 말에는 마치 피아노 연주처럼 ‘리듬’이 살아 있었다. 그는 최근 스위스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클래식 강의를 열고 있다. PRM 제공
 13세 때 홀로 프랑스 유학을 떠나 16세 때 불교 승려로 출가를 꿈꿨던 음악인이 있다.

 25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만난 피아니스트 임현정(31)은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다. 프랑스 콩피에뉴음악원과 루앙 국립음악원을 거쳐 17세에 파리 국립고등음악원에 최연소로 입학해 3년 만에 수석 졸업장을 따냈다.

 “파리 국립고등음악원은 꼭 가고 싶었던 학교였어요. 라벨, 드뷔시, 포레, 생상스 등 많은 작곡가들이 학생, 교수로 있던 학교에서 음악을 배우고 싶었죠.

 그는 한때 ‘유튜브 스타’로 불리기도 했다. 2009년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을 빠르게 연주하는 동영상이 유튜브에서 25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얻었다. 2012년에는 베토벤 소나타 전곡 앨범을 발매해 빌보드 클래식과 아이튠스 클래식 차트에서 한국인 최초로 1위에 올랐다.

 “3년 전 바흐의 평균율 전곡을 녹음했어요. 모든 음악인의 교과서적인 작품이죠. 이런 작품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앨범 대신 유튜브에 동영상 연주를 무료로 풀었어요.”

 출가하려던 사연이 궁금했다. 당시 어머니의 동의도 받아놓은 상태였다. “삶의 자유와 본질을 깊이 추구하고 싶었어요. 피아노를 버리고 출가하면 그 목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죠. 사실 음악으로도 본질과 자유를 추구할 수 있었는데…. 목적을 위해 종교에 매달리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어 피아노로 돌아왔습니다.”

 그는 2월 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2년 만에 국내 독주회를 갖는다. 지난해 프랑스와 국내에서 출간한 명상 에세이집 ‘침묵의 소리’와 같은 제목의 공연으로 라벨, 슈만, 브람스, 프랑크의 작품을 들려준다.

 “2시간 공연에 1000명의 관객이 온다면 저는 총 2000시간을 책임지는 셈이에요. 저를 믿고 인생의 2시간을 허락해준 관객에게 최대한의 노력으로 아름다운 시간을 선사해야죠.”

 많은 여성 연주인이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서지만 그는 검은색 상의와 바지를 고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마침 이날도 검은색 옷을 입고 나왔다.

 “평상시에는 색깔 있는 옷을 좋아해요. 하지만 연주 때는 제가 디자인한 편한 옷을 입죠. 공연에서 주인공은 제가 아니라 음악과 작곡가가 돼야 해요. 저는 작곡가와 관객 사이의 메신저일 뿐이죠.”

 자유와 본질을 추구하는 그에게 음악적으로 추구하는 거창한 목표는 없다. “음악과 제 삶은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에요. 피아노를 치는 것은 밥을 먹고, 씻고, 잠자는 삶의 행위 중 하나일 뿐이죠.” 2만5000∼7만 원. 02-737-0708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임현정#유튜브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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